어쩜 똑같네… 격구하며 혼담
어쩜 똑같네… 격구하며 혼담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6.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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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랍 서사시 파고들수록 신라 풍습 닮아
후줄근한 옷차림 공주 선택하는 방식도 같아
▲ 지난 14일 한양대에서 열린 ‘쿠시나메 국제 학술 세미나’에서 한양대 음대 김보희 박사가 ‘고대 한국과 페르시아간의 실크로드 음악교류’란 주제발표를 통해 페르시아의 전통 악기인 카만체(Kamancheh)와 우리나라 악기 해금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인 ‘쿠시나메’속에 나타난 신라의 풍습이 페르시아의 것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신라의 국제결혼 풍습이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시나메’의 것과 아주 흡사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한양대에서 열린 ‘쿠시나메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고운기 교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는 ‘쿠시나메에 보이는 신라의 풍속과 풍경’이란 기조 연설을 통해 당시 신라의 국제결혼 풍습과 ‘쿠시나메’ 속의 결혼 과정이 유사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운기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나타난 신라의 국제결혼 양상과 ‘쿠시나메’에 기록된 내용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쿠시나메’에 페르시아 왕자인 아비틴이 신라공주 가운데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신라의 왕인 타이후르와 폴로 경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과정이 삼국유사에 적힌 신라의 김춘추와 김유신이 말을 타고 공을 치는 격구를 했다는 기록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이야기는 결혼으로 연결되는 계기를 운동 경기에서 풀어내고 있다”며 “폴로 경기 후 아비틴이 타이후르의 딸과 결혼하려고 결심하는 내용이 ‘쿠시나메’의 전개와 닮아 있다”고 밝혔다.

또 “신라에도 ‘아비틴의 결혼’처럼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며 “신라 경문왕이 아직 왕으로 등극하기 전, 응렴이라는 이름으로 국선에 있을 때 헌안왕은 응렴이 마음에 들어 두 딸 중 한명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응렴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둘째딸이 아닌 추한 옷을 입은 큰 딸을 선택했다고 쓰여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것은 ‘쿠시나메’속의 아비틴 이야기와 꼭 닮아있다”며 “‘쿠시나메’에도 타이후르가 아비틴에게 자신의 딸들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장면과 추한 옷을 입고 있는 딸을 아내로 삼는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고운기 교수는 “‘쿠시나메’에 보이는 신라의 풍속과 풍경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좀 더 많은 자료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신라와 페르시아의 교류사가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처용을 아랍상인으로 보면, 처용 역시 신라 여인과 국제결혼을 한 사례가 된다고 밝혔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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