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있는’ 개교를…
‘어처구니 있는’ 개교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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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을 연 울산외국어고등학교는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학교 공사가 늦어져 1학기 동안 학생들이 울산과기대에서 더부살이를 했고 새 건물로 옮기려던 찰나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난데없이 학교 옹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 ‘졸속개교’ 논란이 일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교육청과 공사관계자가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울산에 특수목적고 한 곳이 또 문을 연다. 스포츠 인재양성을 위한 울산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다. 그러나 이 학교 또한 출발이 산뜻하지 못하다. 준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개교가 8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어떤 종목의 신입생을 뽑을지 최근에야 결정됐다. 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스포츠인재과정’을 운영한다”고 자랑했지만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8개월 만에 교사동과 기숙사, 급식실 같은 최소한의 시설만 지어 아이들을 공부를 시키겠다고 했다. 첫 신입생들은 제대로 된 훈련시설도 없는 ‘공사판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학교공사의 안전성은 누가 보증할 것인가?

그렇지만 교육청은 “꼭 개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재유출을 막고 학생·학부모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12일 기자브리핑 자리에서 ‘공사는 언제 시작되는지, 입학전형은 언제 나오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기자들의 걱정스런 질문이 쏟아졌다. 울산외고의 선례처럼 성급하게 개교를 강행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기 때문이다.

상식을 깨는 사람이나 물건을 보거나 꼭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어처구니 없다’고 한다. 어처구니는 어떤 물건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요긴한 부분을 가리킨다. 울산스포츠중·고등학교의 ‘어처구니’ 있는 개교를 바란다.

<정선희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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