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회의(鳩首會議)
구수회의(鳩首會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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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몇 사람이 작은 소리로 머리를 맞대다시피 깊이 의논하는 것을 말한다. 비둘기(鳩)들이 ‘구구’대며 먹이 먹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비둘기 수난시대다. 평화와 우정의 상징으로 인기를 모았던 비둘기가 그 배설물과 깃털이 문화재와 건물을 훼손하고 질병까지 옮긴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신세다. 도심의 비둘기는 모이를 많이 먹어 ‘닭둘기’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정부는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함 법률에 따라 까치와 비둘기를 각각 2001년과 2009년에 인명이나 항공기,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비둘기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조(市鳥)로 선정되거나 휘장 등에 널리 쓰이다가 대대적인 퇴출 태풍을 맞고 있다.

2010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비둘기(산비둘기 포함)를 지역 상징물로 지정한 지자체가 모두 58곳에 이르렀으나 지자체들이 상징물 변경을 속속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과 2010년에는 울산 남구와 충남 아산시가 지역 상징물을 비둘기에서 백로와 수리부엉이로 바꿨다. 서울 도봉구도 2011년 5월 구 상징물을 비둘기에서 학으로 변경했다. 수원시는 지난 2000년 비둘기에서 백로로 바꿨다.

환경부가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이후 시 상징물을 바꾸자는 의견이 시의회 등에서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안산시는 주민 공청회 끝에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를 새로운 시조로 결정했다.

1986년 지정된 비둘기가 26년 만에 퇴출된 것이다. 변경 이유는 고유의 상징성이 없는데다 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화와 우정의 상징’으로 올림픽 개막식 등에서 인기를 끌던 비둘기로선 난감하기 짝이 없는 푸대접이다.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도 퇴출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시흥시의 경우 지난 1978년 지정된 까치 대신에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포동 갯벌’을 새 상징물로 2003년 지정했다.

한국전력은 전봇대에 집을 지어 정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까치와의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길조’라는 까치와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한전은 한 해 보통 2만개 가량의 까치둥지를 없애기 위해 약 30만 명의 ‘철거인력’을 동원하고 약 400억 원 정도의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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