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에티켓
미술관 에티켓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6.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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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되풀이되면 삶은 지루하고 무기력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향유하려합니다.

작가들은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전시(展示) 기회를 가지는데 그 주어진 기회 속에서 어떤 흥분을 느낍니다. 전시에 참여해 전시장에 그림을 걸고 멀리서 바라보거나 다른 작품과 함께 어우러진 광경을 접하면 평소 작업실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생각의 실마리를 얻어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새롭고 다양한 전시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즐거운 에너지를 공급받기위해 끊임없는 날갯짓이 필요한 거죠.

지금 참여하고 있는 전시의 전시장 안내 역할을 일주일동안 하게 됐습니다. 한국 현대판화가협회가 기획한 ‘판화의 유쾌한 변신’이라는 전시입니다. 몇 일째 한곳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전시장에 온 사람들을 관찰하게 됐습니다. 유모차에서 방금내린 깜찍한 쌍둥이부터 중절모를 쓴 노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제가 느낀 인상은 한둘이 아닙니다.

전시 첫날에는 주로 참여 작가나 작가의 지인들이 전시장을 찾습니다. 중년의 여성 십여 명이 서로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를 너무나 반가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미술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들이 어느 참여 작가를 격려하기 위해 모인 듯합니다.

주말에는 초등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보호자가 함께 오지만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관에서 떠들거나 뛰어서 안 된다는 사실을 숙지시켜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작품에 손을 대면 작품이 손상되기도 하고 반듯하게 걸려있던 액자가 기울어지거나 심지어 떨어져 깨질 수 있습니다. 제1전시장에서 뛰어다니던 아이한명이 제2전시장에 진열돼있던 작품을 건드려 손상을 입혔고 아이 어머니가 사과와 함께 손해배상을 하는 장면이 보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미술관에서도 알아두어야 할 에티켓이 있습니다. 이것을 숙지하면 좀 더 올바르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기에 앞서 전시의 기획 의도나 참여 작가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도 전시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전시물이라면 전시장 입구에 붙여진 작가의 글이나 서문 등을 보거나 도록을 살펴보는 것도 이해를 돕는데 유용합니다.

화창한 어느 평일 오후가 기억납니다. 노란색 티셔츠에 노란색 가방을 멘 예쁜 병아리들이 등장했습니다. 선생님의 뒤를 한 줄로 따르며 정해진 동선도 잘 지키고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떠들지도 않고 자신의 키보다도 높은 작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감상하는 모습이 정말 흐뭇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7월에는 울산에 제법 굵직한 전시회가 열립니다. 바로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입니다. 7월 4일부터 7월 10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1, 2, 3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입니다.

반복되는 풍경에서 벗어나 신선한 창밖을 응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술관에서 보내는 하루로 인해 즐거운 창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하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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