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시골마을’ 지키키
서울 한복판 ‘시골마을’ 지키키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5.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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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춤추는 숲’ 리뷰
골목길, 아이들의 웃음소리, 인사를 건네는 이웃, 동네 어귀에서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해질녘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소리, 방과후 학교를 마치면 동네 누나와 형을 따라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던 뒷산.

언제부턴가 이런 풍경은 사라졌다. 무차별한 개발에 의해 우리의 골목길과 마을은 그렇게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도 서울 한 복판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고 하면 믿을 것인가?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춤추는 숲’을 보기 위해 30일 저녁 중구 성남동 중앙 소극장을 찾았다.

울산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이 작은 영화를 위해 상영관을 내주는 곳이 없다. 하지만 울산시민미디어센터에서 공동체 상영방식으로 ‘작은 상영회’를 열고 있어 조금만 발품을 팔면 ‘춤추는 숲’을 관람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영화 오프닝, 카메라를 매단 자전거가 아이들을 따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 카메라를 향해 마을 주민들은 익숙한 듯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앞집, 옆집, 뒷집 등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서울에 예전 우리네 시골마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 거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아직도 이웃사촌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남아있었다. 여기는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다.

영화 ‘춤추는 숲’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을 사람을 그린 유쾌한 다큐멘터리였다.

‘춤추는 숲’은 실제 이 마을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이 영화감독 강석필 부부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촬영했다. 영화는 이 평화로운 마을에 홍익재단이 성미산 남사면을 깎아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신설하기로 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마을 사람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 동안 성미산 개발에 맞서 싸운다. 이 과정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이 직접 지자체 선거에 뛰어들기도 한다.

오로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이 마을 주민 모두가 선거운동원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한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던 중, 마을 주민인 짱가(유창복)는 성미산 100인 합창단을 기획한다. 이 합창단에는 이 마을 주민인 영화배우 고창석씨도 자신의 딸과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들은 영화가 끝이 나고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좋은 영화가 우리 삶을 돌아보며 깊이 사고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면, 이 다큐는 성공한 셈이다.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에는 함께 살아 숨 쉬는 마을을 만들고 복원해 가려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겨 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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