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길목 란저우(蘭州)Ⅱ
실크로드의 길목 란저우(蘭州)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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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하 강변공원 산책로
실크로드의 길목 란저우는 동서로 길게 형성된 시가지로서, 중앙을 관통하는 황하를 경계로 남북이 나뉜다. 유속이 빠른 황하 물줄기를 따라 동서로 길게 조성된 강변공원 산책로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전통악기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공연이 여객의 흥을 돋운다.

그런데 공원에 앉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흰 모자를 쓴 회족(回族)이다. 란저우 시민 중 약 30%를 차지하는 이들은 그 선조들이 이란 등 아랍권에서 중국으로 이주해왔기에 한족과 외모가 다르고 종교도 이슬람을 신앙하고 있다.

강변을 따라 100년 이상 됐다는 황하철교가 있고, 근처에는 란저우의 상징조각상 황하모친(黃河母親)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 옆으로는 실크로드 길목 도시답게 투루판에서 보았던 현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의 서역여행 조각상이 놓여있다.

황하케이블카(黃河索道)를 타고 황하를 가로질러 백탑산공원으로 올라가보았다. 아래로는 여기저기 규모가 큰 이슬람사원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건너로는 도교 사찰인 백운관(白雲觀)이 자리하고 있으며, 해발 1천700m 정상에는 칭기스칸이 자신을 방문하러 온 티베트 승려를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 인도·중국식 혼합 형태의 백탑이 서있다. 역시 란저우는 혼종의 국제적 도시로서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백탑산 공원 건너편은 한나라 때 흉노족을 공격하던 곽거병이 말의 도움으로 샘물을 발견했다는 전설이 서린 옥천산(五泉山)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내를 걷다보면 가게 앞에 붙어있는 실직자 우대 구인 광고가 눈에 띈다. 빈부격차와 함께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실업자 우선 취업 보장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반영하는 문구로 보였다. 그 옆에는 조어도(釣魚島) 즉 센카쿠열도와 북위 30도 이하 오키나와 군도는 중국 영토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현재 이 문제가 중국인들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내를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보고자 시내버스를 타봤다. 차비가 1위안이라 저렴하고, 차내에 마련된 버스노선도에는 다음 정류장 불이 들어와 승객들이 위치 파악을 쉽도록 편리하게 운영된다. 저녁 퇴근 시간이라 교통 체증은 심한 편이었다.

구경을 마친 후 들어간 식당의 후난요리는 산둥·베이징·광둥·쓰촨·안후이·장쑤·저장요리 등과 함께 알아주는 요리이다. 란저우 지역은 북방 내륙이라 면을 많이 먹지만 남방요리인 후난요리에는 쌀밥이 나온다. 해파리요리, 삼겹살간장조림, 후난식 잡채볶음 등 요리와 밥을 주문했는데, 역시 음식이 정갈하면서도 경박한 느낌이 들지 않고 중후한 맛이 감돌았다. 이 식당에는 후난이 고향인 중국 제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 초상이 당나라 시인 이백의 장진주 시구절과 함께 걸려있었다. 마치 천여년 전 마오쩌둥 고향으로 돌아가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백합의 고향(百合之鄕)인 란저우의 특산품 상점에 들러 말린 꽃 열매를 구입했다. 백합은 폐를 맑게 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며 오장을 튼튼히 하고 미용에도 좋아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백합열매를 상비약으로 지녀왔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란저우 태생의 기사는 소시민으로서 살기가 힘들다며 란저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행정관리나 교통시스템이 엉망이며, 공산당 관리들의 부패로 도시가 낙후됐다면서 공산당위원회 서기의 부패를 예로 들며 직격탄을 날린다. 차를 몰고 가다가 중간에 건설이 중단된 버스정류장을 가리키며 진작 완공됐어야 할 간선급행버스체계가 관리들의 부패로 완공이 안 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공산당에 대한 비판은 금기이지만 간혹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허난성 카이펑에서 택시기사가 현지 시장 동생이 부패를 심하게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는 모습과, 윈난 리장에서 가이드가 관광객들이 지불한 입장료를 공산당원들이 자신들 배 채우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토로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중국 사회가 양극화로 인해 갈등이 심각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이인택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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