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포비아(nomophobia)
노모포비아(nomophobia)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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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모두 디지털화되면서 편리함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의 감성은 이에 대한 반작용처럼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주변에 향기 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따뜻한 가슴을 전하던 말의 치유도 찾기 어렵다. 사람과 사람보다는 기계의 노예가 된 사람만 보인다.

그런 디지털 기계의 으뜸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면서 우리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명언을 폐기했다. 대신에 ‘모든 길은 스마트폰으로 통한다’고 믿고 있다. 생활정보를 얻거나 낯선 곳에서 필요한 교통정보, 어디서 무얼 먹을 것인지, 입고 즐기는 것까지 스마트폰이 모두 해결해 준다.

손바닥 안의 기계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화면을 확인하고 하루 내내 1초의 여유도 없이 스마트폰에 잡혀 산다.

그러나 편리함만 있을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중독상태인 사람들이 많다는게 문제다. 이를 ‘노모 포비아’ 증상이라고 한다.

노모포비아란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준말이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을 말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빼앗아 버리면 사람들은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회의나 모임, 식사 자리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딱 5분만 없애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버티지 못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른이 이럴진대 자기억제 능력이 부족한 10대는 오죽하랴.

예전에는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읽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만화책을 읽으며 밥을 먹거나 책을 들고 수저를 들다가 욕을 듣고 꿀밤을 맞기도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나무라지 않고 나무라 봐야 들은체도 않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스마트폰의 중독성이 담배나 알코올보다 더 강하다고 한다. 모두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즉시 확인하고 싶은 강한 욕구 때문이라는데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이 울리지 않으면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오랜만에 가족과 앉은 식탁에서도 사람과의 대화는 없고 오직 기계에 매몰돼 있다. 혼자 놀고 혼자 말하고 혼자 게임하고 혼자 음악을 듣고 채팅하느라 고개 숙인 사람뿐이다.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게 아니다. 같이 있어도 함께 있는게 아니다. 이것은 혁명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꿔버렸다. 사람까지 변화시켰다. 모두 말을 잃었고 말이 줄었다.

손때 묻은 수첩도 자명종도 사라졌다. 곧 내 두뇌마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자신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에 넣어두었다. 은행 계좌와 비밀번호, 기념일과 스케줄, 약속과 계획표, 카메라와 아침에 깨워주던 알람까지 스마트폰이 해결해 준다. 그것도 친절하게 다양한 목소리로… 그러니 비서이고 친구이고 신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심심해도 외로워도 아무 문제없다. 스마트폰만 켜면 된다. 좀 늦게 받거나 답이 없으면 무시하느니 ‘씹었다’느니 하는 욕까지 듣는다. 스마트폰이 주인이고 사람은 하인이다.

결국 스마트폰이 나와 남과의 관계, 사회 속의 연결 끈과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나 대리인’이다. 하고자 하는 모든 욕망을 해결해 준다.

하지만 허전하다. 우리네 일상의 방식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로의 속 깊은 어투를 종이에 써가며 보내던 편지나 공중전화에서 동전이 툭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 속 말을 확인하던 일이 모두 촌스럽고 쓸데없다는데도 때때로 공허하면서 또 그립다. 뭐, 감성은 그렇다는 것이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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