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규 위배 단협조항 무효 ”
“사회상규 위배 단협조항 무효 ”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05.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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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고용세습… 법원, 불법 판결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에게 고용세습을 보장한 현대자동차 노사간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도진기)는 최근 퇴직후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현대차 직원 A씨의 유가족 3명이 “단체협약에 따라 A씨의 아들 B씨를 채용하고 위로금을 지급해달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이행 등 청구소송에서 “B씨를 채용할 의무는 없으나 위로금은 일부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현대차에서 열처리업무를 30년 넘게 하다 2009년 정년퇴직했고, 이후 폐암이 발병해 2011년 3월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했고, A씨 유가족은 이를 근거로 현대차에 아들 B씨를 채용해달라고 요구했다.

2009년 체결한 현대차 노사 단협 96조에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 장애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A씨가 사망당시 조합원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유가족의 요구를 거부, 결국 양측의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단협도 계약인 이상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될 경우 무효가 된다”며 “이 조항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 채용 및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애초에 단체협약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현재 조합원이었더라도 고용세습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이 조항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 관념에 배치되며 다수 취업 희망자를 좌절하게 한다”며 “평생의 안정된 노동기회를 그들만의 합의로 분배하는 일은 민법상 사회질서 개념에도 반하는 만큼 피고(현대차)에게 B씨를 고용할 책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일부 대기업의 단협에 들어 있는 퇴직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놓고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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