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판시한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고용 대 물림’이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점이다. 노조가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 받는 방식은 수많은 구직희망자를 좌절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우리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대차는 2009년 노사 합의로 특별채용 규약을 만들었다. 조합원이 업무 중 사망하거나 6급 이상의 장애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가운데 1사람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또 2011년에는 정년퇴직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는 단협을 마련했다. 현대차와 같은 그룹인 기아차도 지난달 생산직 근로자를 채용할 때 정년 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뽑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런 일은 현대차, 기아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울산 항운노조의 경우 무려 30년 넘게 세습고용이 규약에 명기돼 있다. 우리나라 200대 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회사 3곳 가운데 1군데가 근로자 자녀 우선채용을 규약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웬만한 기업이면 으레 ‘고용 세습’조항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울산지법이 이런 노조 규약을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본 것은 옳은 판단이다. 노조가 옹벽을 치고 자신들의 가족들에게 채용 우선권을 주려는 것은 사회질서에 어긋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동등한 채용기회를 가지며 능력에 따라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 취지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수많은 구직자들이 그것도 특히 청년 실업자들이 세습고용 조건 때문에 채용에서 밀리거나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헌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