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불국토(佛國土)였다
울산은 불국토(佛國土)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3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국토(佛國土)란 글자 그대로 ‘부처가 사는 땅’이란 말이다. 하지만 동일한 부처가 수없이 있을 순 없을 테니 ‘부처의 마음을 가진 사람’ 즉 ‘부처를 믿는 사람이 사는 땅’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가 불교를 공인한 서기 527년 이전에 이미 울산은 불국토였다고 한다.

국가권력이나 집단이 어떤 종교를 공인할 즈음엔 이미 그 종교가 만연한 이후다. 로마교황에 의해 기독교가 서기313년 공인됐을 때 로마인구의 약 10%가 이미 기독교를 믿고 있었다. 신라불교도 마찬가지다. 공인된 서기 527년은 고구려에 대항해 나제동맹을 맺은 백제 성왕(5년)이 고구려에 밀려 수도를 부여로 옮겼던 시기다. 고구려가 한반도 북쪽을 장악하고 있던 탓에 백제와 동맹을 맺은 신라가 외부와 통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해상통로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공인되기 훨씬 전에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유입된 불교는 울산지역에서 먼저 번창한 뒤 서라벌로 북상했음직하다.

신라불교 공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차돈이 순교한 그해(서가527년) 낭지법사가 울산 영취산에서 법장을 열었다는 기록도 있다. 불교 신도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그랬을 리는 없다. 그 전부터 그런 의식이 있었지만 드러내 놓고 부처의 법문을 설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역시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불교는 남방계 불교로 13대 미추왕 시절에 이미 도입됐다고 한다. 고구려에 불교가 전파되기 전인 AD 3세기에 남쪽 지방에서 불교가 전래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지역에서 가장 먼저 불교가 들어온 곳 은 남쪽 항구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울산 주변엔 역사에 기록된 사찰들이 많다. 또 사찰마다 설화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지역이 불교 전래의 교두보였고 불교사상을 신라 전 지역으로 전파하는 중심지였다는 증거다.

신라 남산에 버금가는 ‘불국토’가 이곳에 있었고 울산이 신라 불교의 전진기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입만 떼면 관광자원화 운운하면서도 이런 보물들을 십분 활용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세계에 내 놔도 손색없을 역사유산들을 뒷전에 내 팽개쳐 놓고 있는 셈이다. 조그마한 것만 있어도 덧칠을 하고 분(粉)을 발라 돋보이게 하는게 요즘 세상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하는게 아무것도 없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