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도심주차, 막든가 깔끔해결 하든가
차량 도심주차, 막든가 깔끔해결 하든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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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차문제의 검토
한삼건교수의도시이야기
▲ 마르세이유공원.

2009년 7월 우리 가족은 프랑스 파리의 북부역(GARE DU NORD)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당시 필자는 영국 중부지방에 위치한 셰필드(sheffield)라는 도시에서 대학 연구년 기간을 보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방학을 이용해서 유럽대륙 렌터카 여행에 나선 길이었다. 영국과 유럽대륙은 자동차 주행방향이 반대라서 영국에서 타고 다녔던 자동차로는 낯선 길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셰필드에서 런던까지는 기차를 이용하고, 런던에서 파리까지는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 북부역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파리 북부역의 렌터카 대여 시스템은 서류를 작성한 후 렌터카의 열쇠를 받고 직원의 안내 없이 차가 주차돼 있는 곳까지 이동해야 되는데 그 거리가 서로 꽤 멀었다. 역 빌딩 주변 도로의 지하공간이 모두 주차장이었는데, 렌터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까지 내려가서야 탈 수 있었던 것 같다.

▲ 교토 시청앞 도로.

주차 선진국의 입체적 토지활용

이 파리 북부역은 나폴레옹 3세의 파트너로 파리의 도시공간을 근대화시킨 오스만 남작이 1865년에 만든 것이다. 당시에 이미 자동차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도시모습이 갖추어져버린 파리 시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은 광장이나 공원, 도로 지하에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지상에서 해결할 수 없는 주차 문제는 결국 공중으로 높이 쌓아올리거나 땅 속으로 포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반드시 필요한 도시 인프라인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주차 선진국에서는 도심 토지를 입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 선진국에서는 이런 지하주차장을 거의 예외 없이 만날 수 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東京)역 야에스(八重洲)출구 대로와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도시이자 관광도시인 교토(京都) 시청앞 오이케(御池)거리, 후쿠오카(福岡) 최대 번화가인 텐진(天神) 거리 지하에도 대규모 주차장이 있다. 도로 뿐 아니라 도심 공원지하공간을 활용한 주차장도 많이 볼 수 있다. 교토시내 마루야마(圓山)공원 지하주차장과 고베(神戶)시청 앞 히가시(東)공원, 구마모토(熊本) 중심부의 카라시마(辛島)공원, 멀리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도심 공원 지하에 있는 주차장은 모두 도심 번화가에서 가깝거나 유명관광지 부근이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모두 필자가 직접 이용해 본 곳이다.

선진 외국에는 공공이 정비한 주차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민간이 만들고 관리하는 주차장이 더 많다. 일본의 경우 대도시 도심에서는 주차빌딩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어떤 거리는 ‘P’라고 쓰인 주차장 표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주차장이 많이 있다고만 해서 이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몇 개의 블록 단위로 주차장 위치와 주차 가능여부를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 덕분에 주행 중이라도 쉽게 가까운 주차장을 찾을 수 있다.

▲ 후쿠오카 시내 주차빌딩.

‘차고지증명제도’로 교통문화 자리잡다

일본에서 이처럼 민간 주차장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차고지증명제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운송사업용 화물자동차에 대해서는 차고지증명제도가 시행 중이고,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천cc이상의 대형 자동차에 대해서 이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해 현재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주차장 정비가 금방 활성화 되지는 않는다. 이와 더불어 불법 주차 단속을 보다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주차장이 많아도 운전자라면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주차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차 선진국의 경우는 차고지증명제와 철저한 불법 주정차단속이 제도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나아가서 시민들의 교통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하겠다.

눈을 울산으로 돌려 보자. 인구 120만에 2011년 말 기준으로 등록자동차 대수가 45만6천51대인 울산에는 3만6천470개소의 주차장에 53만1천131면의 주차면이 확보돼 있다. 공용과 민영, 노상과 노외, 부설 주차장 모두를 합한 수치다. 자동차 1대당 1.16면의 주차장이 확보된 셈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그냥 세워두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녀야 효용이 생기기 때문에 단순히 보아도 한 대의 자동차가 출발지와 목적지에 이용하려면 두 면의 주차장 정도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확보된 것 중에서 거주자 우선주차제도에 따른 노상 주차장은 대체주차장 확보를 전제로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도로와 주차장은 서로 그 기능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도시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도시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전면적인 차고지 증명제도 도입을 할 때가 이미 지났다. 일본의 경우는 1962년에 등록 자동차가 364만대 일 때 이 제도를 도입했고, 1991년부터는 대폭 강화해 현재에 이른다.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등록자동차 대수는 1천887만533대로 일본이 처음 차고지증명제도를 도입했을 때의 5배가 넘는다. 일본의 도시가 깔끔하고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차된 차를 찾기 어려운 것은 이런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일본 교통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이 제도도 도입 당시에는 국민들의 반발이 매우 컸으나 이 제도도입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 대수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장은 많은 불편이 따르겠지만 길게 보면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서 우리 교통문화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 틀림없다.

울산의 주차공간 마련 방안

필자가 일하는 울산대학교에서는 연중 많은 행사가 열린다. 그때마다 외부에서 온 차량으로 교내 전체가 몸살을 앓는데, 주차공간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를 하는 시민을 많이 본다. 심지어는 본관 앞 광장과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까지 꽉꽉 막아서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아마도 평소 시내에서 조그만 틈만 보이면 주차를 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행자나 다른 차량 운전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어 씁쓸하다.

주차 매너가 없기로는 시내 구간이 더하다. 필자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중구 시가지 단독주택 밀집지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문이 폭 8m 도로에 면해 있는데 대문을 가로막아 주차하는 사람이 항상 있다. 차량 사이로 조금 남은 공간이면 통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대문은 두 발로 걷는 사람만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자전거도 출입하고, 물건도 들락거린다. 무엇보다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남의 집 앞을 차량으로 가로막는 주차행위가 언제까지 용납돼야 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개장된 복합쇼핑몰로 인해서 새삼 도심 교통 체증과 주차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남구 삼산동 일대의 주차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같은 도로로 연결되는 옥동과 비교해 보자. 삼산동을 지나는 삼산로와 옥동을 지나는 문수로는 모두 폭이 35m가 넘는 대로다. 그런데 주거성격이 강한 옥동 일대만 해도 아파트단지와 학원가, 대공원 등으로 인해서 연중 차량흐름이 복잡한데, 울산을 대표하는 도심 상업지역인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터미널 사거리의 차량 정체와 주차장 부족이 심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문제인 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울산도 차고지 증명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울산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을 비롯한 도심철도 교통수단이 없고, 주택 수에서 차지하는 아파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즉, 자가용 수송분담률이 타 도시에 비해 높으니 당연히 주차 수요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가 많다는 것은 현행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상일 경우 세대 당 1대 이상의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차고지 증명제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삼산동 기존 공영주차장 부지에 주차빌딩을 세우는 한편, 삼산로를 비롯한 기반시설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건설한다. 삼산동의 땅값을 고려하면 공사비만으로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또한 민간 투자에 의한 주차빌딩 건립도 활성화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일본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주차 후 걷는 거리의 심리적 한계가 200m인 만큼 반경 200m마다 주차 빌딩을 세우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그리고, 도시경관을 고려한다면 주차빌딩은 외관 디자인을 일반빌딩처럼 보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버리지 않는 한 주차문제는 피해갈 수가 없다. 그리고 비싼 도심에서 공짜로 주차하겠다는 것은 경제적 측면이든 안전이든 간에 남의 피해를 전제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주차문제 해결에 시민의 관심과 행정력, 그리고 과감한 예산이 모두 모아져야 하는 이유다. 주차문제만 해결돼도 우리 도시는 당장 아름답고 여유가 넘치는 살만한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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