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계의 갑을(甲乙)관계
레미콘업계의 갑을(甲乙)관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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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갑을(甲乙)관계’가 지역 노동계에서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 지역 레미콘업계의 ‘노측’이 ‘사측’을 상대로 꺼낸 말이 그 첫 단추로 간주된다.

최근 레미콘 사측을 규탄하기 위해 울산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에 ‘기고문’을 보내 ‘갑(甲)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고발을 시도했다. 그들은 사측을 ‘배은망덕한 자본’이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지부 관계자 A씨는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파업기간 40여 일째 한 번의 대화도 없다가 최근 시작된 협상에서 ‘선별복귀’, ‘선(先)복귀 후(後)협상’, ‘노조탈퇴 전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키고, 파업 조합원들을 더욱더 자극하는 일이다.”

그는 또 “담합 인상으로 공정위 제소까지 당한 사측이 조업중단을 무기로 ‘레미콘 단가’는 매년 5%이상 인상하면서도 ‘레미콘 운송단가’만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방치했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은 협회를 구성해서 시멘트 단가 인상에 대처하고, 건설업체와 레미콘 단가 협상도 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게 처신한다”며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레미콘 차량을 동원한 대규모 울산 시위에 앞서 지부는 이런 주장도 폈다. “레미콘 노동자들이 적정운송비, 장시간 노동문제 개선, 불공정한 계약서 수정·삭제를 협상에서 요구했지만 교묘하게 피해 가면서 파업 조합원 와해·분열에만 혈안이 돼 있다.”

레미콘 노조측 주장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일 뿐이어서 지역사회의 공감을 얻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진위 여부를 확실히 가리는 면에서도 어딘지 어설픈 구석이 있다. 하지만 전국규모의 집단시위에 이어 굳이 기고문까지 돌려가며 하소연하는 상황이 빚어질 정도이고 보면 레미콘업계 노사 간에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갑을관계의 해소’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 노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사측은 공개석상으로 나와 당당하게 지론을 펼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레미콘업계 사측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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