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스님의 보시(布施)
누더기 스님의 보시(布施)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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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날을 며칠 앞두고 있다. 지난달에 있었던 한 스님의 보시(布施) 실천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울산 인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작은 암자 주지 이야기다. 스님은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대학에 선뜻 내놨다.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하는 훈훈한 소식이다.

70대 중반의 스님은 30년간 반복해서 꿰매 누더기가 된 승복을 입었다고 한다. 휴대전화, 신용카드, 자동차,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 ‘4무(無) 스님’으로 통한다. 현응 스님이 최근 평생 모은 6억원을 동국대에 기부한 장본인이다.

영일암 주지 현응 스님은 40대 후반 출가했다. 스님은 출가한 뒤 모은 전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동국대에 보시한 것이다.

자비한 마음으로 조건 없이 나눠주는 행위, ‘보시’는 불교에서 수행덕목으로 강조하는 육바라밀의 최고 바라밀이다.

보시란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베푸는 것에는 재물로써 베푸는 재시(財施)와 석가의 가르침, 즉 진리를 가르쳐 주는 법시(法施), 두려움과 어려움으로부터 구제해 주는 무외시(無畏施)의 셋으로 구분된다.

요즘은 보시라는 말이 불공이나 불사(佛事) 때에 신도들이 일정한 금전이나 물품을 내놓는 일을 말한다. 세속의 명리(名利)를 위해서라든가 어떤 반대급부라도 바라는 마음에서 한다면, 그것은 부정 보시가 되므로 철저히 배격한다.

스님은 “출가해 소유한 재물은 신도의 도움으로 이룬 것이므로 사회 환원이 마땅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스님 자신은 30년이나 된 누더기를 입는 등 청빈한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어 더 큰 감동을 준다.

스님의 옷을 부르는 한자말은 많지만, 낡은 헝겊을 모아 기워 만든 옷이란 뜻의 ‘납의(衲衣)’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이런 누더기는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평생 구도에만 몰입한 성철 스님이 1993년 입적한 뒤 남긴 40여년간 입은 누더기 두루마기 등이 대표적이다.

현응 스님의 기부에 대해 속세와 인연을 끊은 스님이라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종교계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불교에서는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내지 않는 보시’를 뜻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최고의 공덕으로 친다. 오른손이 행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식이다.

스님은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해당 대학에조차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학교 측 담당직원이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스님에게 연락했다. 스님은 그 직원에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굳이 먼저 연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스님은 지금도 한 달에 기름 값 4천원이 드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불교경전 ‘잡보장경’은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덕목을 가르친다.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안시(眼施),온화하고 미소 띤 얼굴로 대하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공손하고 따뜻한 말을 쓰는 언사시(言辭施),몸으로 친절을 베푸는 신시(身施),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심시(心施),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床座施),기꺼이 쉴 곳을 마련해주는 방사시(房舍施) 등이다. 이를 ‘무재칠시(無財七施)’라 부른다.

요즘처럼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무재칠시’도 의미있는 보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최인식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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