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렌드미술관은 1888년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뉴질랜드 최초의 상설미술관으로 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남아있다. 3층 건물은 가파른 경사의 지붕과 6층 시계탑이 특징이다. 마오리족을 비롯해 남태평양 나라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1만2천500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17세기 이탈리아와 16세기 영국 회화 작품도 주요 볼거리중 하나다. 아시아관이나 1600년~1800년대까지 유럽미술,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데 무료인 상설전은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매일 관람할 수 있다.
울산에도 시립미술관이 들어선다. 우선 울산시립미술관도 건축물 자체가 상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유명한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도 건축물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축물이 조형미술품이라는 인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래서 현대 미술관은 ‘미술관 자체가 곧 1호 소장품’이라고 한다. 유서 깊은 고건축이나 빼어난 근·현대건축물이 없는 울산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부지가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좁으면 좁은대로 넓으면 넓은대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 될 것이다. 좁은 부지에 도호부 객사 중건을 꼭 해야 하는지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사라진 것을 억지로 다시 만들어 복원이라 이름으로 자랑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고민이 필요하다. 한 시대의 건축물은 그 시대의 상징이다. 당대의 사람들과 그들이 낳은 정신적 산물이다. 복원에 매달리면 미래에 남겨둘 가치보다 과거에 매몰되는 일이 될 뿐이다.
해외 출장에서 얻은 박 시장의 영감과 감동이 시립미술관 건립에 어떻게 접목되고 실현될지. 미술관이 곧 1호 소장품이 되는 행복한 꿈을 안고 그날을 기다려본다. <김잠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