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자신의 공간을 주자
청소년에게 자신의 공간을 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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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세대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다. 그들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앞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 교육에 모든것을 투입하는 한국인에겐 특히 그렇다.

하지만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감이 오히려 자라는 세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6천7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물질적 행복지수는 OECD 23개국 가운데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관적 행복지수는 23위로 가장 낮았다. ‘공부할 수 있는 책상, 공부할 수 있는 조용한 책상이 있는지’를 묻는 경제적 풍족도에선 높은 수치가 나왔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묻는 자기만족도 조사에선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자라는 세대들에게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85년전 어린이날을 정한 이유도 그런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은 아이들이 자주적 정신을 갖도록 길러 나라를 되찾으려 했다. 강인한 정신력과 주관적 행복, 이타심이야말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위 현실은 어떤가. 엊그제 지나간 어린이 날만해도 그렇다. 이전보다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을 통해 미래를 기약하기보다 먹고 노는 날로 변질됐다. 값비싼 선물이나 받고 그날 하루 자유방임하는 날이 돼 버렸다. 어린이날이 이렇게 변질된 데는 무엇보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아이들이 비싼 것, 맛있는 것, 특이한 것을 좋아할 것이란 어른들의 편견에서 이런 일이 비롯됐다. 아이들의 바람과 기대를 어른들이 제멋대로 재단(裁斷)한 결과다.

남구 모 중학교 교사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다수의 학생들이 “잠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비싼 물건, 맛있는 음식일 걸로 추측했던 우리 생각과 그들이 바라는 바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자라는 세대가 바라는 것은 선물도, 유희도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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