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동네 아주머니’
걱정되는 ‘동네 아주머니’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04.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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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좋은 땅 있다”는 전화 한 통 누구나 한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속칭 기획부동산이 곳곳에서 설치는 탓이다. 무엇을 그렇게 ‘기획’하는지… 우리 사회의 큰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기획부동산의 폐해는 익히 알려져 있다. 땅을 샀는데 명의 이전을 안 해준다든지, 개발예정지가 사실은 개발제한구역이라든지… 뭐 이런 식이다. 왜 속나 싶어도 꼭 속는 사람이 있다. 헛소리도 자꾸 들으면 설득력이 생기나 보다.

며칠전 울산 도심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은 ‘00투자개발’이라는 이름의 기획부동산이다. 최근에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체불 민원이 접수된 곳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의 작은 전조였나 싶다. 죽은 이나 죽인 이의 가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기획부동산이 아메바마냥 번진 데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역할이 컸다. 알음알음 아는 사이끼리 ‘쉬운 용돈벌이가 있다’며 엮어 들어가는 경우다. 텔레마케터라는 그럴싸한 명칭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 본인도 모르게 사기의 가해자가 된다.

평범해보이는 옆자리 아줌마가 “땅 잘 팔았다”는 칭찬과 뭉칫돈을 받는 모습에 ‘혹’하고 빠져든다고 한다. 이러다 대부분 월급도 못받거나, 괜히 쓸모없는 땅을 샀다가 낭패를 보고 만다. 업자들에게는 이런 아주머니들이 효녀나 다름없을 것이다. 울산노동지청 앞마당 정자에 모이는 아주머니들이 십중팔구 월급 못받은 텔레마케터다.

때론 이런 피해자들이 기획부동산을 차려 가해자로 둔갑한다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주부들의 설 자리가 드문 것이 구조적 문제겠지만, 주부들 스스로 나쁜데 발을 들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최근 울산 검찰이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주머니들도 생각해보자. ‘정말 그렇게 좋은 땅이면 왜 팔겠나. 평생 끼고 살지.’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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