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의 비애
고학력의 비애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04.0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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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생산직 채용 학력하향 들통 합격취소… 역차별 논란도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규 생산직에 채용된 근로자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합격 취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신규채용에 합격, 정규 생산직으로 채용된 A씨가 연수기간에 임금과 학력 허위 기재 사실이 적발돼 합격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생산직의 경우 입사요건을 고등학교 졸업 또는 전문대 졸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대차 노무관련 부서 관계자는 “올해 신규채용에서 1명이 학력 허위기재로 합격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 적발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이의제기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가 사내하청 근로자 출신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차 대외업무 담당부서 관계자는 “주말인 탓에 담당부서를 통해 확인하는게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부터 생산직 신규채용을 추진, 지난 2월 사내하청 출신 6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이모(43)씨는 “현대차 정규직이 되고 싶어 4년제 대졸 사실을 숨기는 사례가 오래전부터 종종 있어 왔다”며 “어떠 이들은 4년제를 졸업해도 다시 전문대에 취업해 대기업 생산직 채용에 응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울산지역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임금과 복지가 국내 최고 수준인데다 노조도 강해 정년까지 퇴직될 위험이 적다”며 “반면 대졸 관리직은 취업 기회가 적고 40대 초반부터 명예퇴직의 압박에 시달리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학력위조를 해서라도 ‘고소득 생산직’에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그간 대기업들의 생산직 학력제한을 놓고 ‘역차별 논란’이 있어 왔다. 근로자들 사이에선 “대학 나온 죄인”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노조 정규직 조합원 부인들은 노조 집행부와의 간담회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생산직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노사간 단체협약에 따라 직원 자녀 3명에 한해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한편 울산지역 대기업 일부 생산직 근로자들의 ‘학력 하향 위조’ 사실은 2007년 국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학력 상향 위조’ 사태와 맞물려 주목받기도 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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