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한글마을 조성에 주목한다
중구 한글마을 조성에 주목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0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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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발전연구원이 3일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한글마을 조성사업에 대한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를 통해 몇가지 제안을 했다. 마을이 지향해야 할 기본방향과 세부사업 내용 등이다. 중구가 지난해 8월 한글마을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놨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울발연은 ‘한글의 소중함, 역사문화, 주민동참, 체류’등 4가지를 마을의 기본성격으로 규정했다. 한글마을이 들어설 지역 주변에 외솔 기념관이 있고 시민들이 최현배 선생을 추앙하는 만큼 이 사업이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역민들을 동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을에서 역사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마을을 건설하는 목적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역사유적까지 둘러보며 머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이 마을이 한글의 발상지 정도로 치부될 경우 청소년들의 하루 방문코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솔 최현배 선생이 일제 강점기하에서 우리말을 어떻게 지켜냈는지를 마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선생의 그런 정신이 선생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음도 보여줘야 한다. 그럴 경우 한글마을 인근에 있는 병영성의 역사성과 병영의 반일(反日)정신도 알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야 전국적 관광명소로 떠오른다. ‘한글’이란 단일 명제만으론 그렇게 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글마을이 들어설 중구 동동, 서동, 남외동 일원은 체류 형 마을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옛 가옥,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역사를 음미하기 좋다. 또 옛 정취를 맛 볼 수 있는 좁은 골목길도 여러 군데 잔존해 있다. 골목길을 돌아 옛 기와집에 이르고, 3·1만세 운동의 발자취를 음미하며 병영성에 이르는 코스가 포함돼야 한글마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역사유적 도시를 가보라. 1백년 전 건물, 골목을 그대로 보존해 두고 있다. 현대식 건물, 거리에 식상한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글마을도 마찬가지다. 한글정신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숨결 속에서 지친 심신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까지 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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