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터 유물·유적 인식 바꿔라
기업부터 유물·유적 인식 바꿔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3.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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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물·유적이 발견된 인근 지역에서 토목공사를 할 경우 유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한 문화재연구원이 5m이상 파 봐야 할 곳을 2m 정도 파보고 ‘이상 무’란 진단을 내렸고 이어 건설회사가 10m를 파 내려가자 패총으로 추측되는 조개껍데기가 쏟아져 나왔다. 또 문화재가 출토될 가능성이 많은 지역은 시굴조사를 해야 함에도 입회조사만 시행했다. 남구 성암동 패총 유적지 인근에서 GS 건설이 청량IC~용연구간 도로공사를 하다 최근 생긴 일들이다.

지표조사를 마친 문화재연구원이나 땅을 파헤친 건설사 모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문제가 된 도로공사지역 인근엔 성암동패총을 비롯해 처용유적, 세죽 패총, 개운포 성지 등 유적·유물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다. 특히 GS건설이 수중 교각건설 작업을 하고 있는 개운포성 바로 앞은 임진왜란을 전후해 군선(軍船)을 만들던 곳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화재가 바다 밑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GS 측은 수중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인식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럴순 없는 일이다.

이 일대에는 신석기에서부터 통일신라 그리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적·유물이 분포돼 있다. 신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뼈 화살촉이 박힌 고래뼈, 패총과 서역과의 국제교류를 의미하는 처용설화 그리고 임진왜란과 얽힌 숱한 유물과 전사(戰史)가 깔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유적·유물을 바라보는 건설업체나 기업들의 역사인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번 문제가 붉어지기 전, 본지는 처용암 일대가 개발논리에 밀려 신음하고 있다는 사설(3월 6일)을 내 보냈다. 대기업이 개발을 억제하고 보존해야 할 처용암 코앞까지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동 제방’유적도 마찬가지다. 이 제방은 굴 껍데기, 굴의 석회분, 나뭇잎을 함께 응고해 만든 ‘고대 시멘트’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대 토목공사의 금자탑인 셈이다. 하지만 LH는 아직도 사적지적을 미적대고 있다.

중요한 유적·유물은 주로 기업이 시행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러니 기업부터 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 기업이윤은 언제 어디서든 재창출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유물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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