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동호회 활동 ‘제2 인생’ 즐거움 가득
다양한 동호회 활동 ‘제2 인생’ 즐거움 가득
  • 김지혁 기자
  • 승인 2008.06.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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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현(福岡縣) 기타규슈(北九州)의 양호노인홈시설 (사단복지법인) 나고미노사토(香和會) 전경.
노인복지 선진국 일본의 요양원 가다

다음달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지역 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는 현재 19개의 요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다수 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모님을 방치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부담감은 자녀 등 보호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10년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노인요양원을 찾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노인요양시설 운영의 해답은 없는지 진단해 본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성 뚜렷

스스로 활동 하도록 시설 배려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현(福岡縣) 기타규슈(北九州)에는 양호노인홈시설인 ‘(사단복지법인) 나고미노사토(香和會)’가 지난 2002년 7월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양호노인홈시설은 노인 요양전문기관으로 국내 노인요양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곳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은 모두 80명. 입소 기본 연령자격인 65세부터 올해 100세를 맞는 노인들이 한데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고쿠라 북구 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기타큐슈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경치가 자랑이다.

노인성 질환 치료전문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의 노인들은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입소 생활 중 건강이 악화되면 즉시 노인전문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행정적 시스템은 국내와 큰 차이가 있다.

민간이 순수 자본을 들여 복지재단 차원에서 운영되는 일본의 양호노인홈시설은 입소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입소를 위한 첫 관문은 건강문제. 입소 면담 신청이 시작되면 전문 복지사가 꼼꼼하게 건강상태를 확인해 양호시설 생활이 가능한 지 여부를 따지게 된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노인의 경우 전문치료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입소가 결정되면 시설 이용료는 연금수령액과 임대수입 등 수입 여부를 고려해 차등 적용된다. 80명의 노인 중 본인부담금이 가장 높은 경우는 14만엔 수준이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는 노인에게는 기타큐슈시가 전액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1인1실 운영·개인 독립성 보장

남성 복지사처우 우대·인력난 해결

일본의 양호홈시설은 철저하게 노인 1명당 1실이 제공된다. 15㎡의 아담한 개인 방에는 침대와 책상, 빨래를 말릴 수 있는 테라스와 개인 화장실이 딸려있다. 1인 1실로 운영되다 보니 응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비상 벨이 침대 머리맡과 화장실에 비치돼 있어 언제든지 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 요양원이 남성 복지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이곳에 근무하는 20명의 복지사들 중 12명이 젊은 남성으로 구성돼 있는 점이 특이한 점. 복지사로 구성된 직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처우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직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젊은 복지사들이 몰리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매일 3차례 식사와 2차례의 간식이 제공되는 식당에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고 간단한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돼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식사 자리는 지정좌석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름표 위에 개개인 노인들이 기피하는 음식을 표시해 배식 때 참고가 되는 점도 이채롭다.

시설에는 각 층마다 휴게실과 운동실, 입소노인들이 스스로 세탁을 할 수 있는 빨래방이 갖춰져 있고 시설 외부에는 게이트 볼 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간단한 생활을 스스로 해나가면서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돌봐주는’ 요양시설이 아니라 필요한 시설을 갖춰놓고 노인들이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생활 터전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요양시설과 치료병원의 성격을 정확하게 구분짓고 특색에 맞는 전문적 운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자유로운 외출·정다운 생활 소문

‘기피시설’ 인식에도 자발적 입소 ?

요양시설이 자녀에게는 ‘불효’를, 노인에게는 ‘소외감’을 주는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기타큐슈 시에도 나고미노사토와 같은 요양시설이 7군데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이곳처럼 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칫 격리시설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관계자는 지난 2∼3년 사이 노인들의 자발적인 입소 희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설에 대한 오해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한 입소노인들이 오가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후미가와 쿠니요시씨

“편리한 시설에 경관도 일품

자녀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

4년 전 입소해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다는 재일교포출신 후미가와 쿠니요시(76·사진)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시의 보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시설이 깨끗하고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녀 집에 있는 것 보다 심심하지 않다”고 이곳 생활을 설명하는 그는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시작으로 각종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빨래·청소 등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게 된다”고 말했다.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일품입니다. 설이나 추석이면 한국 풍습을 따라 차례를 지내기도 한답니다.” 후미가와씨는 이곳에서 안락하고 편안한 노후를 지내고 있었다.

/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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