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손끝으로 그린 항일 이야기
떨리는 손끝으로 그린 항일 이야기
  • 정선희 기자
  • 승인 2013.01.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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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으로 활동 중단… 수술 끝에 새 삶 찾아
울산 독립운동 담은 장편소설 ‘미투리’ 출간
▲ 최종두 소설가.
오늘 문예회관 출판기념회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오늘도 살았구나 하면서 머리맡의 필(筆)을 더듬어 들고는 힘없는 글씨, 내가 써놓고 내가 읽기 힘든 글을 써내려갔다. 과연 내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원고지에 눈물을 떨구면서 썼던 소설이다…”

시인이자 언론인 출신 최종두(74)씨가 울산의 항일독립운동 스토리를 담은 장편소설 ‘미투리’를 펴내며 책머리에 쓴 글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지난 1997년 갑자기 찾아든 뇌경색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잠시 몸을 추스르는가 싶었지만 2005년 뇌경색이 재발하면서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3%의 생존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수술을 한 끝에 거동은 불편하지만 기적적으로 새 삶을 찾게 됐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소설 ‘미투리’를 꼭 쥐고 있던 그는 “일흔이 지나서 2급 장애인이 된 현실을 딛고, 더구나 시를 쓴지 50년이 되어서 소설의 신인 등용문을 통과한 작품이어서 나에게는 놓아버릴 수 없는 귀한 자식”이라고 말했다.

1968년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이미 시단(詩壇)에 데뷔했고 1987년에는 ‘현대문학’을 통해 수필가로도 데뷔했다.

사력을 다해 완성한 소설이기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2009년 ‘한국문학예술’을 통해 소설가로 정식 등단해 이 소설을 출간하게 됐다.

그는 “손이 굳어 글씨를 잘 쓸 수 없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아 타이핑했고, 뇌에 손상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교수인 후배에게 여러 차례 자문도 받았다”며 3년간의 힘겨웠던 집필과정을 떠올렸다.

소설 ‘미투리’는 8·15광복 직전 울산에서 벌어졌던 항일독립운동 과정과 서민들의 삶 등을 담고 있다. 영남알프스 일대를 배경으로 빨치산과 국군의 대립, 젊은 층과 장년층 갈등, 그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미투리’는 항일투사들이 신고 다녔던 짚신에서 따왔다.

최 씨는 “20여년 전 우연히 경남 밀양에서 한 노인을 만난 게 소설을 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항일독립운동단체 ‘영남유림단’의 간부 출신인 이 노인은 “울산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고장”이라며 “초대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의사 등 큰 인물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울산의 머슴과 민초들이 참 용감하게 싸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후세에 울산의 독립운동 과정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울산은 너무나 많은 소설 소재가 있다”며 “앞으로 여건이 되면 울산과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소설을 꼭 완성 하고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울산예총 고문인 그는 후배 예술인과 문인들의 도움으로 29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레스토랑 쉼터에서 소설 ‘미투리’와 ‘흥려백 박윤웅’의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 씨는 중구 성남동 출생으로 울산 MBC 상무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시집 ‘정유공장’ 등 4권, 수필집 ‘참으며 용서하며’ 등 2권, 장편 소설집 ‘흥려백 박윤웅’, ‘미투리’가 있다.

글=정선희·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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