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번 석정36호 사건은 해당 업체들에 1차적 책임이 있다. 한라건설이 추정가 2천381억원 짜리 방파제 축조공사를 약 41% 수준(1천억 여원)에 낙찰 받아 공사를 진행했으니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하청을 줬으니 이 보다 더 적은 돈으로 일을 마쳐야하는 석정건설이 풍랑예보 쯤 무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침몰한 크레인 바지선에 타고 있던 현장소장이 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의 수차례 철수종용에도 불구하고 버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철수했다 다시 바다로 나갈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해상교통관제센터의 연락을 받은 예인선도 크레인 바지선에 접근하지 못하고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풍랑이 더세 바지선에 가까이 갈수 없었던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현장을 속수무책 지켜만 봤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침몰선박을 예인할 순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을 전후한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울산항만청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건설공사 중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공사를 원청업체에 맡겼다고 해서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까지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다. 공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과정에 하자는 없는지 항만청이 살펴봐야 한다. 사건발생 후 조사과정에서 숱한 하자도 드러났다. 계약의 적정에서부터 고3실습생에 대한 부당한 처우문제까지 드러난 문제가 적지 않다. 이런데도 항만청이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