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실종된 대통합 정치
좌표 실종된 대통합 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1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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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매체에서 국회가 주체로 등장한 게 언제였든가. 연말연시 뉴스 초점이 잠시 그 쪽으로 맞춰지긴 했지만 좋은 일로 그리 된 것은 아니었다. 해를 넘겨 예산을 편성했다는 비난에 이어 터진 국회 예산결산위원들의 외유가 그 초점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렇게 적게 포착된 것은 사실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미진하거나 줄어서가 아니다. 대민 활동도 잦고 지역 행사에도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울산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 강길부 의원, 김기현 의원, 안효대 의원, 이채익 의원, 박대동 의원의 얼굴도 지역에 자주 보인다. 뉴스 초점에 정치권이 작게 조명되는 이유는 모든 시선이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만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보조자’ 정도에 지나지 않게 비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지역 관심사로 떠올랐던 몇 가지 사실만 해도 그렇다. 선거가 끝난 뒤 곧 바로 떠 오른 게 친박계 핵심인 정갑윤 의원의 중용설이다. 정작 본인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그 자체에 만족한다며 설(說)을 일축했지만 그런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뒤이어 박맹우 시장의 입각 가능성도 점쳐졌다. 3선 광역단체장에다 그 동안 행정능력을 증명한 만큼 새 정부 구성에 어떻게든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제법 진지하게 나돌았다. 최근에는 김태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거취문제가 지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박 당선인의 ‘스터디 5인방’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러니 아무리 살펴도 주위에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간혹 정치권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대통령 당선인과 연관 된 것들이다. 그래서 차기정권 인수위에 참여한 교수들이 국회의원들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무개 교수는 인수위를 거쳐 경제부처로 가고 또 다른 교수는 사회복지를 담당할 것이란 식이다. 이것도 공식채널이 아니라 대부분 비공식 채널, 즉 언론사 정보, 인수위 주변 측근들의 시사성 발언이 그 진원지다.

정치는 상호 경쟁과 타협에 의해 성장하고 발전한다. 아무도 모르게 몇 사람이 조율하고 결정하는 정치는 그에 역행한다. 그리고 그런 밀실정치는 권력의 집중 현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회피하게 만든다. 누구의 잘잘못인지 분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치사에서 ‘비사(秘事)’로 남은 경우가 대개 이런데서 비롯됐다. 최근 인수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 돌연 사퇴했다. 사퇴 이유를 두고 설(說)이 분분하다. 국정원과의 알력설도 흘러나오고 정부개편 과정에 대한 말실수로 그리 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얼마 전 안효대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 취임준비위원 6명과 부위원장 인선 배경을 가자들이 묻자 김진선 위원장이 “당선인이 직접 인선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다수 국민들은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차기 정부를 끌어갈 사람이 누구며 그들에 대한 호(好)·불호(不好)를 판단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 당선인이 하면 하는 대로 지켜보는 상태다. 국가의 주인이 앞으로 나라를 끌어갈 사람의 인선기준은 무엇이며 또 그런 기준이 국정운영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국민(demo)이 통치(cracy)’하는 정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차기정부 구상은 전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의 몫이다.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그에게 그럴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다. 따라서 당선인이 어떤 기준에 따라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위임이 무조건적인 위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결정과정을 지켜보고 잘잘못에 대해 비판, 충고할 수는 있다. 만약 그런 과정이 생략되거나 간과된다면 그것은 당선인이 제창한 소통을 통한 ’국민 대통합‘에도 위배된다.

작금의 무작위(無作爲) 상태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소수의 움직임에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고 그들이 나아가는 대로 무작정 흘러가는 현 상태는 분명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다. 또 국민들의 대의 기관인 국회마저 그 소수의 움직임에 모든 사이클을 맞추고 수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방장관 인선을 앞두고 공화당 상원의원 측의 제동에 걸려 애를 먹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상원을 방문해 반대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인들 강행할 줄 몰라 이러고 있겠는가. 살아 있는 정치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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