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왜성, 역사적 가치 조명할 만하다
울산왜성, 역사적 가치 조명할 만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10 2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구 학성동에 있는 울산왜성(倭城)은 아직 그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대로(大路)변에 위치한 왜성 정도로 인식돼 있는 게 고작이다. 봄철 벚꽃이 우거지면 행락객이 찾는 공원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16세기 말 정유재란 당시 한·중·일 3국 군대가 ‘국제전’을 펼쳐졌던 곳이다. 조선, 명, 왜군 수만명이 이 성을 두고 열이틀 동안 격전을 벌여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민족 애환이 깃든 곳이다.

중구청이 울산왜성을 종합 정비해 역사 탐방형 관광명소와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무릇 역사문화를 빛내고 보존하는 것은 후세 사람들의 몫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갈고 닦아 내 놓으면 실제보다 훨씬 큰 가치와 의미를 갖는 게 역사 유적·유물이다. 반면에 무한한 가치를 지녔음에도 흙 속에 묻어 두고 있으면 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또한 역사유적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울산왜성의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중구청의 의도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왜성의 축조 형태·과정이나 정유재란 당시의 전투상황을 일반에게 알리는 것이 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성과 그 주변을 아무리 잘 단장한다 해도 그 역사성을 알리지 못하면 ‘스쳐지나 가는 곳’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울산읍성 일부를 헐어 왜성을 쌓았던 당시 백성들의 고초를 강조해야 역사성과 관광성을 띨 수 있다. 또 왜성전투를 제대로 조명해 이곳이 명실상부한 동북아 최초의 국제전 지역이었음을 알려야 한다. 정유재란(1597~98년)기간 2년 동안 남해안 곳곳에서 왜군과 조·명 연합군이 조우(遭遇)했지만 울산왜성 만큼 전투가 치열했던 곳은 없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곳은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구를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세 지역이다. 하나는 원도심을 비롯한 구 시가지일원이다. 울산의 역사·문화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병영성 일대다. 여기다 최현배 선생 생가와 산전 지역까지 엮으면 탐방형 관광코스로 제격이다. 이에 못지않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곳이 바로 울산 왜성이다. 이 성(城) 주변에서 한·중·일 군사 1~2만명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보다 더 진한 역사의 현장이 있을 수 있는가.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