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방식이 시민기부로 확산
사재출연 방식이 시민기부로 확산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3.01.08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시민 기부문화
▲ 구한말 학성공원을 울주군에 기증한 김홍조 선생을 위한 공덕비. 김미선 기자 photo@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울산시는 월드컵 울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문수축구경기장과 울산체육공원 조성 시민 기증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에는 조경수목, 경기장 의자, 조형물 등을 설치하기 위한 현금과 현품 기증자들이 답지했다.

이 기증운동에는 울산의 기업들도 다수 참가했지만 시민들도 구장과 체육공원의 조경수목 한 그루를 자신의 이름으로 심기 위해 앞다퉈 참가했다. 평생 다시 올 수 없는 인류의 축제인 월드컵을 유치해 울산을 빛낼 기회에 동참하고자 하는 애향심의 발로였다.

당시 조경을 책임졌던 울주군 산림공원과 이봉건 계장은 “울산에서 열린 최대 국제행사에 시민들의 동참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기증운동을 구상했지만 뜻밖에도 시민의 동참이 적극적이었다”며 “체육회 사무국과 협조해 추진한 기증운동 결과 조경수목을 위한 기증만도 그때 돈으로 14억원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문수구장과 체육공원 조성에 버금가는 대역사인 시립미술관 건립에도 시민의 모금이 적극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특히 울산의 균형된 도시발전을 위해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시점에 미술관은 시민의 정신문화를 살찌울 콘텐츠여서 모금운동을 펼칠 경우 애향심 고취와 성공적 미술관 건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구동의 인물인 추전 김홍조(1863~1922)는 울산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사재를 출연한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일본으로 유학간 학생의 학비를 부담하고 지역의 교량, 도로, 잠농, 수리, 사찰에 이르기까지 지역 개발사업에도 당시 14만1천600원을 기증했다.

뿐만 아니라 학성공원에 포함된 자신의 소유 토지를 기증한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공원의 동북쪽 반 가량의 크기인 개인 소유부지를 시민을 위해 희사했다. 그의 소유 토지였던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일대도 지역민을 위해 기증했다.

금광왕 이종만(1885~1977)의 기부정신도 주목할만하다. 그는 일제 강점기 최대 광업회사인 ‘대동광업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공익사업에 착수했다. 대동광업에서 나온 수익금은 지역의 교육, 문화, 자영농 육성 사업에 투입됐다.

울산의 큰 부자였던 이종하씨는 1977년 남구 신정동에 3천석 규모의 실내체육관인 ‘종하체육관’을 지어 울산시에 기증했다.

이 체육관은 동천체육관이 지어지기 전까지 울산의 대표적인 실내체육관이었다.

일부 독지가의 기부문화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소득이 높아진 시민사회에서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울산발전연구원 김상우 박사는 “시민 기부는 현재 복지분야의 금전기부에 집중돼 있지만 문화분야에 공간, 재능기부 등으로 이어질 때 기부문화는 다양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미술관 건립을 위한 기부운동을 펼칠 경우 미술관 건립 사전에 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호응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또 “시민이 먼저 미술관 건립을 위한 기금을 모으면 울산지역 기업도 메세나 차원의 거액 기부가 따라올 것으로 본다”며 “그렇다면 후발 미술관으로 타도시의 미술관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문 기자 iou@ujeil.com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