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뭐할까’ 들뜬 퇴근길
‘저녁에 뭐할까’ 들뜬 퇴근길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01.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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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간2교대 45년만에 시행… 첫 날 분위기
낮 퇴근 어색하지만 여가계획에 밝은 표정
명촌 상인들 ‘혹여 손님늘까’ 기대감 비춰
▲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실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들이 7일 오후 3시40분께 명촌정문을 통해 퇴근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photo@
7일 오후 3시 45분께.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우르르 명촌문을 빠져나왔다.

퇴근길 한 30대 초반의 근로자는 “새벽에 일어나기 조금 힘들었는데 이렇게 대낮에 퇴근하니 기분이 참 생경스럽다”며 “일단 친구들과 당구 한 판 치고 저녁 일정을 생각할 참이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탄 근로자들은 이른 퇴근이 반가운 듯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날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 1만 2천여명은 평소보다 한시간 이른 7시까지 출근했다.

2조 근무인 1만여 근로자는 1조 퇴근시간인 오후 3시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근무했다.

종전의 제도에서는 주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일했다. 매주 주·야간조가 서로 밤낮을 바꿔 근무하는 까닭에 근로자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지적 등이 잇따랐다.

주간연속2교대 도입으로 밤샘근무가 사라지면서 이제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들의 생활패턴에도 급격한 변화가 오고 있다. 울산공장이 가동된 1967년 이후 45년만에 근무형태가 처음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울산2공장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일주일마다 주·야간으로 바꿔 밤샘근무를 하는 게 힘들었다”며 “저녁에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여가생활도 할 것”이라고 소박한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현대차 근무시간이 크게 바뀌었지만, 인근 상권은 의외로 무덤덤한 분위기였다.

6년째 북구 진장동 명촌지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박인호(가명·50대)씨는 “현대차가 주간2교대를 하면 ‘반짝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며 “2년전만 해도 명촌에 28개 당구장이 있었는데 요즘 스크린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당구장이 18개 정도로 크게 줄었다. 근로자들이 서너시간 일찍 퇴근한다고 상권이 확 살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 아주머니는 “잘 되는 곳만 잘되지. 평소와 똑같은데… 뭐. 그래도 손님이 늘면 좋고”라며 한 줄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6시 반에서 7시께, 그리고 오후 3시부터 4시 반 사이 현대차 인근 출·퇴근길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울산경찰청은 이로 인해 명촌정문 주변 교차로 등에 대해 신호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주간2교대 시행과 관련, “정규직 노사간 일방적 주간2교대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더욱 열악해졌다”며 “제도 시범실시 기간 하청 노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대차 측에 대책 마련을 공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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