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예술 50년, 새로운 50년 설계
울산문화예술 50년, 새로운 50년 설계
  • 정선희 기자
  • 승인 2013.01.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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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인사들의 ‘言中有骨’
▲ 울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앞으로 새로운 50년으로 도약할 2013년은 ‘울산문화예술 중흥의 해’가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한경 전 울산미협 회장, 오만석 울주문예회관 기획팀장, 현숙희 영산대 교수, 황우춘 울산예술고 교장, 박종해 북구문화원장, 정재화 울산쇠부리축제추진위 사무국장.

 

울산공업센터 지정 50주년을 넘어 이제 새로운 50년을 설계할 ‘계사년 (癸巳年)’이 밝았다. 산업화가 진행돼 온 지난 50년 동안 울산의 문화예술계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울산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이러한 오명을 씻기 위한 각계의 노력도 치열했다. 지난 50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울산문화예술계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50년은 어떻게 설계할지 또다시 치열한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이다. 이에 울산지역 문화예술계 원로와 신진, 각 분야 문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예술인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에 참석한 6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앞으로 새로운 50년으로 도약할 2013년을 ‘울산문화예술 중흥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술·예술인 존중하는 사회 돼야”

박종해 현/ 북구문화원 원장 전/ 울산예총 회장, 울산문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 부회장

한 도시는 ‘예술’과 ‘경제’가 수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울산은 너무 경제일변도로 달려왔다. 문화예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은 물질없이는 살 수 있지만 정신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이제까지 정신없는 짓을 해왔다. ‘수출 1천 억 달러’ 얘기를 하지만 인구 30만명의 경주보다 문화예술수준이 나을게 뭐있는가? 다행히 2~3년 전부터 울산도 문화예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예술인을 키우는 것이다. 예술인을 존중하고 예술인을 지원하는 시스템, 예술을 뒷받침하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문화재단을 만들고 예총 회관을 만들자. 울산시 예산이 부족하면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는 시민예술운동이 필요하다. 또 예술과 예술인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미래 문화예술인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지원,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시립미술관, 오영수 문학관 건립 등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기대가 높다. 2013년 울산예술 중흥의 해가 되길 기대한다.

“예술인재 키우는 구체적 고민 할때”

황우춘 현/ 울산예술고 교장, 울산시립미술관 추진위원장, 문화예술포럼 대표 전/ 처용문화제 추진위원장, 한국음악협회 울산지부장

젊은 음악교사 시절에서부터 출발해 줄곧 울산문화예술계에 몸담아 왔다. 천도극장과 종하체육관이 음악회를 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때가 있었다. 공해에 시달리던 시절, 울산을 떠나고 싶어한 이들도 많았다.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민들의 정주의식이 75%에 달하고 문화예술 여건도 확충됐다. 더 이상 울산은 ‘문화불모지’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울산 문화예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 울산의 인재양성에 큰 업적을 남긴 해석 정해영 선생의 송덕비가 설립됐다.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문화예술의 중흥을 위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 휴머니즘, 인간교육이 필요하다. 예술인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고민해보자. 또 예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거듭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무용을 비롯해 예술인재 양성을 위해 울산대학교에 예술대학 설립이 필요하다.

“시민중심 문화 예술 진흥운동 펼치자”

주한경 현/ 울산고등학교 미술교사,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외래강사, ‘수믄듯’ 동호회원 전/ 울산미술협회장

울산의 미술장르가 태동한 시기는 지역 문화예술의 시작점이었다. 지금도 울산의 미술계는 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계를 비롯해 지역 문화계가 지난 6~7년 전부터 시립미술관 설립의 당위성을 꾸준히 주장해왔고 심포지엄을 열고 여론을 수렴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다행히 시립미술관 건립이 확정되고 부지까지 정해져 미술인의 한사람으로 기대가 크다.

앞으로 건립될 시립미술관은 ‘소통의 통로’가 돼야 한다. 이를 구심점으로 시민, 창작가, 예술관련 종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소통하며 파생되는 성과물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금 중구에 문화예술거리가 조성되고 있는데 정책상 문화거리 조성인지, 주민들의 환경개선사업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예술가들도 일반 시민들과 대화하고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울산이 문화예술이 있는 조화로운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진흥운동이 필요하다.

“춤 전용 소극장·춤꾼 소통공간 만들자”

현숙희 현/ 영산대 연기뮤지컬학과 교수, ‘창’ 무용단 예술감독 전/ 울산시립무용단 지도자

앞으로 무용 후배들에게 여러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과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이 교차한다. 1987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무용을 했고 고향인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 울산의 무용 인구는 늘었지만 소통은 없다.

문화예술회관 등 관(官)이 주도하는 ‘보여주기’ 공연은 많지만 지역 무용인들의 실질적인 예술활동공간과 공연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울산은 무용이 홀대받는 도시 중 한 곳이다. 춤 전용 소극장이 단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출신 후배들도 고향을 찾아와 공연하고 춤꾼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학술교류를 위한 소모임도 만들고 울산의 다양한 인물을 춤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울산 무용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특히 울산은 신진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50년을 내다봤을 때 무용학도를 배출하지 못하면 희망은 없다.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울산대에 무용과를 설치하는 방안이나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재단 설립·문화전문가 마련하자”

오만석 현/ 울주문예회관 기획팀장, 울산연극배우협회 부회장 전/ 울산연극협회 부지회장 및 사무국장

85년 연극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북구문화예술관에 근무하며 10년째 문화예술회관의 문화기획분야 일을 해오고 있다. 문화예술인이었다가 행정조직에 들어와 문화예술계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1980년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시설이나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고 양적으로도 많이 팽창했다.

이제는 질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예술’이 경제와 돈에 얽혀버린 현실을 보며 ‘예술활동이 지원금을 받는 게 목적이 돼 버린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예술인 스스로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을 떨치기 위해 울산은 하루빨리 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울산시와 구·군에도 문화예술재단 형태의 기관을 설립해 각 지역에 맞는 예술활동을 세분화해 지원하자.

또 울산시 해당 과에는 문화전문가가 없다. 또 순환보직제로 공무원들이 업무에 대한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비효율적이다. 문화전문가를 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울산은 또 영상문화콘텐츠에 대한 기반이 부족하다. ‘영상위원회’나 미디어센터 등의 기관설립도 필요하다.

“지역 자긍심 위한 신진예술가 지원 절실 ”

정재화 현/ 울산쇠부리축제추진위원회 사무국장, 극단 ‘세소래’ 정단원 전/ 울산연극협회 사무처장, 중구문화원 사무국장

87년 이후 연극을 해오고 있다. 최근 지역의 한 극단이 소극장을 만들어 이사를 했다.

다른 극단도 인근에 공간을 마련해 스튜디오, 교육, 창작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구청에서는 관할구로 이사를 오면 예술단체 지원금을 주겠다고 한다. 공공 공연장에서 벗어나 대중과 직접 접하고 운영의 자생도를 높이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라 본다. 여기서 한발더 나아가 연극계는 물론 문화계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풀’이 가장 중요하다. 무용과 마찬가지로 울산에는 연극영화과 등 대학에 관련학과가 없다.

인근 부산과 대구에 있다 해도 졸업생들은 그 지역에 거점을 두거나 서울로 떠나버린다. 울산에는 희곡 작가나 연출가, 기획자, 연기자가 부족하다. 양질의 공연과 지역 공연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신진예술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미래 신진예술가를 키울 수 있는 육성사업, 예술계 젊은 활동가 교육, 레지던스 프로그램, 각 예술장르간 협업시스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글=정선희 기자·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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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문화예술계 주요 발자취

1962. 1 울산 특정공업지구 결정 공포

1964. 6 울산문화원 창립총회 개최

1967. 2 제1회 울산공업축제 개최

1969. 4 ‘울산문학’ 창간

1970. 10 ‘울산의 노래’ 제정(박목월 작사, 박시춘 작곡)

1970. 12 언양면 천전리 강안 암벽에서 암각화 발견

1971. 12 언양면 대곡리 강안 암벽에서 암각화 발견

1973. 1 한국예총 울산지부 창립총회 개최

1973. 5 천전리 각석 국보 제147호로 지정

1982. 4 변방시동인회 동인지 ‘변방’ 창간

1983. 1 울산수필동인회 동인지 ‘개운수필’ 창간

1983. 12 울산문화원 향토지 ‘울산문화’ 창간

1986. 4 울산문화방송(주) 준공

1987. 11 제1회 고복수가요제 개최

1987. 12 ‘울산시사’ 발간

1988. 4 한국방송공사 울산방송국 준공

1988. 12 울산향토사연구회 회보 ‘향토사보’ 발간

1991. 6 처용문화제 개최(울산공업축제를 명칭 변경)

1995. 6 반구대 암각화 국보 제285호로 지정

1995. 10 울산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

1996. 12 울산문인협회 제1회 울산문학상 시상

1997. 7 울산광역시 승격

1997. 9 ubc울산방송국 개국

1998. 4 시립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 구성

1999. 9 울주문화원 설립 인가

2000. 7 중구문화원 설립 인가

2000. 12 시립극단, 무용단 창단

2001. 7 동구문화원 설립 인가

2001. 10 남구문화원 설립 인가

2002. 7 한국문화원연합회 울산시지회 설립 인가

2002 12 울산 12경 선정

2003. 9 북구문화원 설립 인가

2003. 9 북구 문화예술회관 개관

2006. 3 울산학연구센터 개소

2007. 4 울산메세나운동 시작

2008. 1 박상진 의사 생가 전시관 개관

2008. 5 울산암각화 전시관 개관

2009. 6 울산대곡박물관 개관

2009. 9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과 준공

2011. 6 울산박물관 개관

2012. 9 울산시립미술관 신축 부지 울산초등학교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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