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이견도 문제지만, 노노(勞勞)간 불신의 벽이 더 커 보인다.
마치 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노조(현대차노조)를 상대로 투쟁하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연내 잠정합의에 기대를 모았던 불법파견 특별협의는 비정규직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규직노조는 노조사무실을 점거한 비정규직노조에 막혀 교섭장에 나가지도 못했다.
최근 정규직노조 한 현장조직이 발행한 ‘현자노조가 당신들의 적인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보면, 제목에서부터 노노 갈등 수위가 심각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자보에 따르면 현대차노조는 불법파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노조원들과 대화’ 자리를 마련하려 했으나 비정규직노조 지도부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노사간 특별협의를 앞두고 한 비정규직노조원이 철탑농성장 아래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 농성천막에 휘발유를 붓는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연대투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규직노조가 “불파 문제를 결단하겠다”고 공언한 뒤에 발생한 일이다.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를 제외한 채 일방적 결정을 내리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노조 현장조직들은 “비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이란 이상적 요구안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무조건 고집’이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하루가 지나면 불법파견 문제 연내 타결은 물거품이 된다.
노사간 특별협의가 언제쯤 재개될지… 세밑 노동자들의 쓸쓸함만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