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이 화난 까닭은
정몽준 의원이 화난 까닭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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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들끼리 거기서 의원총회를 한 거냐” 수유리 아카데미에 모였던 한나라당의원, 당선자 30여명을 향해 정몽준 최고위원이 던진 말이다. 그 자리에는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있었다.

“당에서 의원총회를 해도 30여명이 겨우 모이는데 그렇게 모이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도 토로했다. 그 날 자리를 주도한 당내 중진들을 겨냥한 불만임에 틀림없다. 정몽준 의원은 당권 문제와 관련해 요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7월 전당대회에서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고 도전장을 던진 박근혜 전 대표는 무응답이고 대통령 측근 몇 사람은 ‘사전 조율을 통한 대표 선출’ 쪽으로 교통정리 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직후부터 당권주자 1순위로 꼽혔던 정 최고위원은 다가오는 7월 전당대회를 한판 승부처로 꼽고 있었다. 당내 계파 세력이 약한 그로서는 ‘엉켜있는 원내’보다 ‘흩어져 있는 원외’ 즉 당원을 겨냥하는 것이 승부수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30여명이 모여 ‘관리형 대표’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못 마땅할 것이다.

울산에서 서울 동작 을로 옮겨 당선된 그를 한나라당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언론은 주목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전당대회에 나오라’고 요구할 정도로 도전적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국정을 챙기며 야권과 충돌하는 동안에 그의 모습은 TV화면 뒤쪽으로 침잠 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담화문을 발표하자 당내 분위기는 ‘경선을 통해 시끄럽게’ 대표를 뽑느니 보다 추대방식을 통한 ‘관리형’ 선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정몽준 의원은 ‘비주류를 표방하는 당권 도전자’라는 비상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8대 한나라당 당선자는 148명이다. 수유리에 모였던 주류측 중심세력 30여명에 동조의원이 가세한다 해도 자신을 비주류로 분류시키는 것이 세력확보에서 우세할 것이라고 판단했음직하다.

그 날 모인 주류측 인사들이 한나라당의 차기 지도부 구성 방안에 대해 ‘가닥을 잡은 자리’였다는 소문도 정 최고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부분이다.

당내 김형오, 안상수 의원은 당권보다 국회의장직에 미련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권확보에 관심을 두며 친박의원 복당 문제에 매달려 있는 중이다. 결국 남은 두 사람, 박희태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권을 두고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박희태 의원은 18대 총선에 불출마해 차기 국회에서는 원외 인사가 된다.

박의원이 원외인사란 점을 노려 현역의원인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결말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유쾌할 수 없다.

반면에 주류측의 입장은 이미 정리된 듯한 분위기다. 계파를 초월한 원외 인사가 당대표를 맡으면 대통령 국정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앞세워 ‘박희태 대표’론을 계속 띄우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에 지친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조용히 선출’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양측의 상반된 입장은 차기 당권경쟁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대답하는 내용을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박희태 의원은 “정몽준 의원은 국회의원 생활20년을 같이 한 오랜 친구다. 친한 친구와의 대결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정 최고의원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 전당대회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라고 응수했다.결국 추대형 당대표를 바라는 주류측과 7월 전당대회를 통한 경선을 요구하는 정몽준 최고위원 사이의 공방전은 6월 한 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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