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3500명 채용안 제시 문제 해결 강한 의지
비정규직 노조 입장변화·지부 중재 노력 필요
반면 비정규직노조는 여전히 전원 정규직화를 포함한 6대 요구안을 주장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철탑 농성자들은 추위를 견디며 두달 넘게 농성을 한 탓에 건강상태마저 이상신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근로자 신규채용에는 첫날에만 3천여명이 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정규직 채용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나타냈다. 비정규직노조는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신규채용에 지원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나 조합원 가운데에서도 상당수가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규채용은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의 반발로 잠시 보류한 상태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비록 조합원들도 지도부 방침에 따라 전원 정규직화 투쟁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심리적으로는 노사간 현실적이고 합리적 합의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내하청문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어떨까. 울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72.2%)고 응답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정규직 이기주의로 인한 고용경직성이 사내하청문제를 크게 키운 원인”이라며 “회사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이젠 현대차지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노조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현장혁신연대’, ‘전현노’, ‘길을아는사람들’ 등 현대차노조 현장조직들은 대자보와 유인물을 통해 사내하청문제에 대한 지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고 “이제는 집행부가 현실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지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서 현대차지부는 지난 20일 14차 특별협의에서 주목할만한 입장을 내놨다. 회사가 차기 특별협의에서 진정성 있는 안을 내놓으면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것. 아울러 지난 23일에는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면 지부가 직접 나서서 비정규직노조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내하청문제에 대한 연내 해결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 노사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선 노사간 입장차를 최대한 좁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여기서 틀어지면 회사는 최근 지부 요청으로 잠시 보류한 정규직 신규채용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비정규직노조는 파업으로 대응할 소지가 있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회사의 현실적인 제시안과 여전히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 사이에서 현대차지부의 중재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차기 특별협의에서 지부가 회사의 제시안에 얼마만큼 열린 마음을 보일 지가 관건”이라며 “노조가 말하는 ‘진정성 있는 안’, ‘전향적인 안’이 전원 정규직화가 아니라면 연내 해결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는 1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휴일을 제외하면 노사가 특별협의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27일 열릴 예정인 15차 특별협의에서 현대차지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앞으로의 사내하청문제 향방이 결정된다. 권승혁 기자 gsh@uj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