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혹한 꽁꽁 언 노사
성탄절 혹한 꽁꽁 언 노사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2.12.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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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지친 고공농성 68일째 의료진 투입
협상 진척없고 ‘마지막 결단’ 서로 요구
노동지청 26~28일 현대차 현장조사
▲ 23일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씨 등이 농성하고 있는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고공농성장에 울산대병원 의사들이 건강검진을 위해 크레인을 타고 오르고 있다. 김미선 기자 photo@
23일 오후 현대차 명촌정문 앞 철탑농성 현장에는 살벌한 구호가 난무했다. 농성 68일차. ‘사용자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담은 격문과 깃발이 세찬 바람에 나부꼈다. 불을 쬐는 근로자들 입에서는 “이러다 무슨일 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말이 이어졌다.

이삿짐을 나르는 고공 크레인이 의료진을 철탑에 올려보내려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각종 재야 노동단체가 걸어놓은 100여점의 깃발과 현수막이 사방에 즐비했다.

철탑 주변에는 농성 지원인력이 머무는 텐트가 10여동 설치돼 있었다. 철탑 위 나무판자를 깔고 비닐로 임시 바람막이를 한 공간에서 농성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듯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철탑에 오른 최병승(36)씨는 한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지난 21일 저녁 함께 농성중인 천의봉(30)씨의 동상을 치료하려고 휴대용 가스손난로를 비닐천막 안에 켜놓았다 산소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

의사들은 “농성자들이 스트레스와 고공 생활로 혈압이 높고 정신적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농성자들에게 일단 자동 혈압측정기를 준 뒤 맨손운동을 권했다”며 “현재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노조에 검진결과를 전달했다.

천씨 또한 동상으로 알았던 상처가 동창으로 밝혀지면서 완쾌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탑농성자들은 최근 전국에서 잇따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자살소식에 애도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혹한속 울산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진료에는 울산대병원, 울산 중앙병원, 강원대병원 등에서 의사 3명이 참여했다.

농성자들의 건강이 한계점에 달하면서 “노사 모두 더 이상 명분에 사로잡혀 농성자들의 생명을 도외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록 비정규직 노조 정책부장은 “‘노조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요구안은 요구안일 뿐이다. 노조가 요구안을 먼저 축소하기 앞서, 회사(현대차)가 불법파견 사안을 어떻게 풀겠다는 제시안을 먼저 내놓아야 (농성을 풀고 불법파견 사안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누구도 철탑농성이 오래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농성을 해결할 현대차 노사간 특별협의체는 서로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며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울산고용노동지청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현대차 울산공장을 상대로 불법파견 현장조사를 벌인다.

이번 현장조사에는 노동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대거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벌인 불법파견 현장점검보다 조사강도가 한층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승혁 기자 gsh@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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