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으로 시대교체 이루길
포용으로 시대교체 이루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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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여년 전 신라 선덕, 진덕, 진성여왕 이후 여성 지도자가 등장했다. 진성여왕의 재임연도가 897년까지이므로 1천115년만의 여성 지도자다.

헌정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갖지 못했던 여성 대통령이다. 더구나 전통 유교국가에서 여성이 국가 지도자로 선출된 것이어서 놀라운 결과다.

외신이 주목한 것은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 가능한가였으며 박정희 전대통령 이후 2세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을까였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여러모로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리게 됐다. 그만큼 우리 국민과 대통령 당선자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당선자는 34년만에 다시 청와대 생활을 하게 됐다는 개인적 영광을 누리게 됐지만 과거의 어두운 운명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영광을 재건해야 한다는 책무를 안게 됐다.

이번 선거는 야당 후보 단일화 이후부터 양강구도로 전개되면서 초박빙 승부로 치달았다. 당락 여부를 떠나 투표 결과가 보여주듯이 국민의 뜻은 반으로 양분됐다. 당선자는 결국 절반의 승리를 안는 부담을 갖게 됐다.

개표 결과를 보면 양분된 뜻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지역적 편차와 연령대별 이견이다. 지역적 결과는 우리 현대사가 가진 최대 문제점이므로 앞으로 어떤 묘약을 꺼내 들고 치유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역대 정권이 극복하지 못했던 숙제를 박근혜 당선자가 풀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연령대별 지지율 판도는 더 큰 과제다. 젊은 층들이 보여준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그들을 껴안아야 한다. 젊은 층은 미래 우리 사회의 주축이며 이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앞날이 결정된다.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통치도 수월해진다. 어떤 위안을 제공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개표 결과 국민의 뜻은 양극으로 나눠졌다. 양극으로 나뉜 국민의 뜻을 한 그릇에 녹이는 통치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극은 만날 수 있으니 그리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전제가 돼야 할 것은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던진 메시지인 “승자는 포용을, 패자는 승복을”이라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수많은 위기에서 스스로의 길항력으로 극복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항상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지만 끝나고 나서는 곧바로 뭉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한 핏줄로 묶여 있다는 굳은 결속력 때문이다. 안보와 경제, 사회 통합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대전제에 대한 합의가 분명하니 그리 우려할 것은 아니다.

박근혜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민 대통합을 역설했다.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양친이 흉탄에 쓰러지는” 아픔을 겼었다. 누차에 강조했던 “양친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점”을 잇기 위해 그가 노력해야 할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대와 현재의 대한민국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시대적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당한 새로운 지도자의 목소리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당면한 문제인 안보와 외교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국민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처리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여성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용기 있고 자신감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대일관계에서 자신 있어야 하고 대미관계에서 떳떳해야 하고 대중관계에서 당당해야 한다. 대북관계에서는 자신감과 함께 포용의 미덕도 보여야 한다.

이제 대통령 당선자 주위에 무수한 인걸들이 배회할 것이다. 혜안으로 발탁해야 한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스태프들이 새로운 시대의 정치를 열어나가야 한다.

인정과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고 좌우를 살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인사 탕평책을 선언했던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당선자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들떠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실감을 가진 반대쪽 국민들을 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실감을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과거 정권들의 잘잘못을 셈할 것이 아니라 당선자가 강조했던 ‘시대교체’의 깊은 뜻을 실현해야 한다.

윤주은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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