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쥔 권리
내 손에 쥔 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2.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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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선거는 2500여년 전 그리스에서 이뤄졌다. 귀족회의를 통해 ‘아르곤’이라는 임기 1년의 집정관을 뽑아 통치를 맡겼다. 그러나 이 선거의 투표권은 귀족에게 한정돼 있었으므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건국 초기에 주몽을 동명성왕으로 추대하는 투표가 최초였다. 그 후 신라의 화백제도나 백제의 정사암 회의 등도 ‘다수결’과 ‘비밀’의 원칙을 지키는 일종의 선거제도였다. 이 또한 소수의 귀족들만 모여 참여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선거제도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참여한 최초의 보통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열린 총선거였다. 당시 투표율은 95.5%였다.

선거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유, 평등, 비밀, 직접선거다. 선거권은 누구에게나 한 표씩 주어지고 그 표의 가치는 동등하다. 그러나 이 4대 원칙이 모든 국가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제도가 정착되는 역사적 배경이나 환경의 특수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대리인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선거권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 등의 이유로 투표소로 갈 수 없는 사람에게 투표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서 투표할 권리를 통째로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벨기에도 대리투표제도와 의무투표제를 함께 도입하고 있어 위임장을 통한 투표의 기회를 부여한다. 대리인으로 지명되는 사람은 배우자나 친척 등의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한정된다. 또 선거인명부에 등록한 사람은 반드시 투표해야하는 의무투표제도 병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투표용지를 정당과 후보자가 작성할 수 있고 이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투표소에는 국가기관이 작성한 투표용지봉투가 1인 1매 교부되고 그 봉투에 투표하고 싶은 정당이 작성한 투표용지를 1매만 넣어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선거는 투표를 통해 한 조직의 대표자를 뽑는 절차다. 결국 선거에 따라 그 조직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제도가 발전하면서 민주적인 원칙이 정해졌다. 그 약속에 의해 다수결의 대원칙도 성립됐다.

오늘 우리는 제18대 대통령을 선거로 뽑는다. 역대 대통령 선거와는 양상이 다르게 팽팽한 양강구도가 형성됐고 최근 저조했던 투표율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두 후보가 늘 말했듯이 미래가 불안하다. 경제와 안보에 대한 아무런 확신이 없다. 지도자가 어떻게 국정을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대통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투표율 고저에 따른 유불리는 아전인수다. 젊은 유권자와 나이든 유권자의 지지성향이 뚜렷했던 과거의 선거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그것마저 무너질 공산이 크다. 두 후보가 가지는 장단점에 대한 공감이 전 연령을 통털어 혼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표를 포기한 사람들의 생각은 대개 ‘누가 되든 관심이 없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휴일이므로 가족과 여행을 가겠다’ 등으로 요약된다.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낳은 결과다. 그리고 곧 정치적 패배주의로 이어진다. 정치발전은 고사하고 국가발전도 정체되는 요인이 된다.

투표행위가 국가 발전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미도 있다. 투표를 포기한다는 것은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도 민감한 우리가 가장 확실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그 권리가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투표장 가는 길은 국가의 미래에 동참하는 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고 나면 국정에 동참하는 의미도 갖는다.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다면 훗날 그가 국정을 잘못 끌고 갈 때 비판할 자격이 주어진다. 투표도 하지 않은 채 비판하는 자세는 온당치 않다.

100살이 넘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선 모습, 심심산골 사찰에서 단체 투표를 하는 승려들, 리어카를 타고 투표장에 나타난 환자의 모습 등이 사진에 실리는 것은 결국 자신이 쥐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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