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소재로 한 최초의 스토리텔링
소설 토대 영화·드라마 만들어지길”
“반구대 소재로 한 최초의 스토리텔링
소설 토대 영화·드라마 만들어지길”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2.12.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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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구광렬 교수
▲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체 게바라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체’ 시사회에서 체게바라의 딸과 대담을 나누는 구광렬 교수.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그 산수에 사는 동식물 역시 잘 어울리는데, 인간만 크게 잘 어울리면 될 것 같은데…….”

● 반구대 암각화 소재 이야기 집필중

시인이자 소설가인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구광렬 교수가 새로운 소설 ‘반구대’를 집필하면서 들었던 화두다. 결국 ‘큰 어울림’으로 요약되는 그의 화두는 소설 ‘반구대’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하면 크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소설 ‘반구대’는 신석기와 청동기를 잇는 BC4천년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에 살아가던 원시인들의 다툼이 갈등구조다. 양지터와 신불쪽 부족들이 다투고, 한 부족 안에서도 족장자리 다툼이 벌어진다. 그리고 결국은 ‘큰 어울림’으로 뭉친다. ‘큰 어울림’은 울산의 강인 ‘태화(太和)’의 이름이 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큰 어울림 가람’ 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 교수가 집필중인 소설 ‘반구대’는 원고지 1천200장 정도의 분량으로 현재 70%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 소설의 가제는 ‘그리매’다.

집게벌레의 옛말인 ‘그리매’는 손재주 좋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리매’는 족장의 아들이며 암각화를 그리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내년 2월 탈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간할 때는 많은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반구대’라는 제목을 달고 내놓을 예정이다. 이 소설의 작업은 구 교수의 수문마을 집에서 이뤄진다. 구 교수는 자신의 집 헛간을 손질해 작업실을 만들었다. 원시인의 삶을 그린 소설을 쓰기에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구 교수는 대학에서 원래 소설공부를 했다. 그는 이미 ‘뭄’, ‘딜’, ‘가위주먹’ 등 3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러던 그는 ‘지역적인 것이 최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 소설을 구상했다. 그는 처음 암각화를 봤을 때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마야, 잉카, 아즈텍 등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봤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그 중의 으뜸이었다.

그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대중의 힘을 모아야 보존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픽션의 힘을 빌리면 제2차 저작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보존방식도 공론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선사인 우수 기술 세상에 알리고파

암각화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암각화에 관한 연구물을 수집했다. 구 교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암각화와 관련된 연구물이 1주일만에 독파할 수 있는 분량이어서 소설 구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적 고증 유물이 발굴되지 않아 암각화를 새긴 이들의 생활상을 직접 파악하기 힘들었다. 모두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구 교수는 300여점에 이르는 그림을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암각화에 나타난 원시인의 빼어난 고래잡이 기술, 배 건조법에 탄복했다. 구 교수는 조상의 우수한 기술을 세상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설을 쓰면서 기술적인 부분의 묘사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구 교수의 ‘반구대’는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한 본격소설로는 첫 작품이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부산과 대구 사람들도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를 아는 이가 드물어서 놀랐다”며 “소설을 토대로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 돼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더욱 크게 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울산 이야기 계속 써 나갈것

구 교수가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한 것은 이미 30년이 가까워 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의 활동이 그리 길지 않다. 스페인어로 시를 쓰면서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15년을 활동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그는 서울에서 뜻깊은 행사의 사회를 맡았다. 중남미 혁명의 아이콘인 체 게바라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체’의 시사회에서 체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를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우리나라에는 처음 왔고 직접 만나기 힘든 그녀와 대화를 나눈 것은 중남미 문학인으로서 매우 유익한 일이었다. 구 교수는 이미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체의 녹색 노트’를 낸 우리나라 대표적인 체 게바라 전문가다.

구 교수는 소설 ‘반구대’를 펴내기 전 6번째 시집 ‘슬쁨’을 내년 3월 초에 발간한다. 스페인어로 쓴 시집 7권을 합하면 13번째 시집인 셈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미국의 청소년 소설 전문 작가인 무뇨스의 작품 ‘바람을 색칠하다’를 번역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한다.

구 교수는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 ‘반구대’처럼 6천 년 전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세계적으로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문열의 ‘들소’가 있지만 공간적 배경이 코로마뇽인이 활동한 알타미라 동굴을 소재로 했다.

그는 이제 울산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이다.

구 교수는 “23년 동안 울산에서 살았다”며 “반구대를 통해 울산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으므로 앞으로도 울산 이야기를 계속 소설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상문 기자 iou@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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