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고졸자 채용 붐을 반긴 이유는 무분별한 대학진학으로 국가와 사회가 짊어져야할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서다. 울산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졸업생의 80%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졸업 후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위 ‘청년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한다. 고졸자를 대거 채용하면 이런 폐단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수년전부터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고졸자 채용에 힘을 보탰다.
이런 취지라면 고졸 자격범위가 넓어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고졸자 채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졸자는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자로 돼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검정고시 출신이나 대학 중퇴자도 포함된다. 또 지원 대상을 성적 상위자 등으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일부 공공기관이 대학 중퇴자를 응시자격에서 제외시켰는가 하면 ‘고교 평균 석차 비율이 상위 10%이내 인 자’로 제한을 둔 곳도 있다. 공공기관이 이러니 기업들까지 학교장 추천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면 누구든지 공평하게 응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고졸자 채용이 이뤄진다. 대졸자들이 응시하는 건 막아야겠지만 고등학교 성적이 상위 몇 %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든지 검정고시 출신을 고졸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고졸자들이 갖는 일자리는 고등학교 졸업정도의 자질만 갖추면 대부분 소화해 낼 수 있는 대상들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우리나라 전체 293개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고졸 직업학력이 전체의 44.7%(131개)를 차지했다. 웬만한 일은 고졸학력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고졸자 채용이 활성화 되면 될수록 앞으로 문제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희생을 치룬 뒤에야 문제에 주목하고 대책을 세웠던 게 우리사회의 상례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학력 인플레와 직결돼 있고 젊은이들의 장래가 걸려있는 일이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