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섭 콘텐츠 정녕 버릴 것인가?
정인섭 콘텐츠 정녕 버릴 것인가?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2.11.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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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 출신 한국 최고 스토리텔러 친일논란에 사장돼
국문학·아동문학·향토사가들“너무 아깝다” 복원희망
▲ 2010년 11월 27일 오후 남구 달동 CK치과 아트홀에서 열린 눈솔 정인섭 재조명 학술 심포지엄.
울산이 낳은 빼어난 이야기꾼이자 영문학자인 눈솔 정인섭 선생의 콘텐츠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2일 향토문화계와 학계는 눈솔의 콘텐츠는 너무 값지기 때문에 친일논란으로 그 업적을 덮어버리는 것은 너무 아쉽고 그의 고향인 울산에서 어떤 형태로든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권영민 교수는 “일제 말 문학인들 중 그 정도 강도의 친일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며 “정인섭의 친일행위는 1948년 민족정경문화연구소가 엮고 삼성문화사에서 발간한 ‘친일파 군상’에서 ‘피동적 친일행위라고 평가했듯이 그가 남긴 문학적 업적에 비해 친일논란은 가혹한 것”이라고 말했다.

설화학자인 단국대학교 국문학과 강재철 교수는 “춘원 이광수의 문학을 친일행위 했다는 이유로 부정한다면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뿌리가 없어진다”며 “정인섭의 친일행적과 그의 인격, 학문적 성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그는 설화 번역자 입장에서 우리 설화를 세계에 최초로 소개하는 업적을 남겼으며 그 설화 자산은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므로 정인섭의 문화콘텐츠를 울산이 활발하게 이용해야 할 것”이라며 “울산 사람들이 정인섭의 친일행적을 문제로 삼는 것은 후학과 후손의 입장으로 어리석은 일이며 소양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문화계의 생각도 같다. 변양섭 울주문화원장은 “선생의 친일행적을 결코 잘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며 “정인섭의 문화적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장기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도시 울산포럼 정상태 이사장은 “당시의 학계 분위기는 친일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평생 쌓아온 학문적 성과를 중단해야 해야 했다”며 “한국 신극의 선구자인 유치진 선생도 애국, 항일 작품을 많이 썼지만 일제말 감시가 워낙 심해 친일 성향을 띈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슴을 쳤다”며 “정인섭 선생은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한 분야에 집중된 공적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우리 문화사에서 두드러진 학자였으며 고향의 후학들이 존중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문학가 신현득씨는 “색동회가 어린이 문화 운동에 공이 큰 사람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정인섭의 호를 딴 눈솔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며 “공익적 기관이 그의 이름을 따서 기리는데 인색하지 않는 점을 떠올리면 고향사람들이 친일행적을 들춰내 한 사람의 인생살이를 너무 단편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인섭 선생은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 163번지에서 태어나 어음리로 이주해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곳에서 언양보통학교(언양초등학교)를 다녔다.

글= 이상문 기자 iou@·사진= 제일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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