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일곱 살? 미운 다섯 살!
미운 일곱 살? 미운 다섯 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1.1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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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아이와 함께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기띠를 한 새댁을 만났습니다. 아기의 피부는 정말로 보드랍고 손에 착착 감겨 자꾸만 만져보고 싶은 느낌이 그 무엇보다도 으뜸입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살짝 만져봅니다. 아기 얼굴 한번 보고, 곁에 있는 큰 딸 얼굴 한번 보고 언제 요런 것을 이렇게 키웠나 싶은 생각에 한마디 툭 내뱉습니다. “고은, 요만한 너 키운다고 엄마가 얼마나 욕 봤는줄 아나? 많이 컸다.” 곁에 있던 새댁도 질세라 한마디 거듭니다. “넌, 언제 저 언니만큼 클래?”

새댁에게 그 세월 금방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도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다고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던 싫던 어떠한 이유와 상황에서 만들어진 각각의 아기라도 출산의 과정은 과학적인 절차와 더불어 서로의 노력과 고통의 과정입니다.

통상적으로 출생 또는 출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말 잘하는 엄마들의 목청이 커집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에게 아이 낳을 적 얘기를 툭하면 끄집어내며 끝없는 보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말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저 또한 만만하지 않게 힘들게 태어났다며 반박할지도 모릅니다.

출산의 실상은 우리가 보통 이해하고 있는 현실과 다릅니다.

아기가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기까지 겪는 스트레스는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의 10배라고 합니다. 그저 자궁의 수축에 의해 밀리 듯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는 엄마의 질을 잘 통과하기 위하여 두 달여 간의 가 진통이라는 예비 훈련으로 단련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자궁 속에서 4번에 걸친 회전을 하며 골반을 통과하고 질구에 도달합니다. 이어지는 수축을 통해 좁은 산도를 통과하면서 벌어진 두개골이 겹쳐지고 이런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며 세상에 ‘응애’하며 생애 첫 울음을 지릅니다.

가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란 주인공의 악에 바친 대사가 종종 드라마에 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같이 분노하고 슬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 모두가 고군분투하며 세상에 나온 사실들을 기억한다면 출생에 대해 좀 더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미운 일곱 살’이란 말이 보편화돼 있었습니다. 일곱 살이면 이래저래 저지래를 하고 다녀, 미운 짓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입니다.

‘미운 일곱’의 시기에 아이가 하게 되는 저지래의 특징을 뽑으라면 독립심이 강해 드디어 엄마의 손길을 뿌리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자주적인 행동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미운 다섯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 혹은, 좀 더 빠른 ‘미운 세살’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너무 빨라진 것입니다.

아기가 아이가 되고, 그리고 어른이 되는 속도 말입니다. 몸이 성장하고 주변 환경과 지식에 대한 습득은 많아지지만 정작 함께 자라야할 정신적 성숙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때때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곤 합니다.

아기와 아이들은 점잖을 수가 없습니다. 점잖다면, 그것이 비정상인 것입니다. 제 또래에 경험해야 할 발달과업을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의 성장과 발달에 방해를 받아 훗날 트라우마로 작용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는 것, 세상을 향해 소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기와 엄마가 함께 겪는 고통과 인내의 출산처럼 세상에 내어놓는 모든 것이 열심히 준비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오는 산출물이고, 또 그래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제일일보가 다섯 돌을 맞았습니다. 미운 다섯 살입니다. 호기심 가득할 때입니다.

‘상쾌한 아침! 기분 좋은 신문!’ 을 위해 열심히 뛰는 기자단의 발끝과 세상을 깨우는 집필진의 손끝이 미운 다섯 살의 저력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만류와 외압에도 우뚝서는 미운 다섯의 발걸음을 기대합니다.

제일일보의 창간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뜬금없이 새벽에 카카오 톡이 왔습니다. 예쁜 아기사진과 함께 뿌듯함이 전해지는 문자가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저도 아기엄마랍니다~ ”

<오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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