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을 기억하라’
‘화왕산을 기억하라’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2.11.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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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마른 무성한 억새밭·고원 강풍
불씨 날리면 삽시간 확산돼 대형참사
인파 2천명 몰리는 천황산 위태로워
영남알프스 천황산 정상부 억새밭에 인파가 몰리면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무성한 억새와 바람으로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 억새밭을 거니는 탐방객이 큰 피해를 볼수 있다.

천황산은 지난 9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개통 이후 하루 관광객이 2천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탐방객은 숲속에서 취사행위를 하거나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눈에 띈다.

또 천황산 고원은 2009년 2월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화왕산과 닮아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화왕산 참사는 2009년 2월 9일 오후 6시 10분께 경남 창녕군 화왕산 정상에서 열린 ‘억새 태우기’ 행사 중 불씨가 바람을 타고 5분여만에 번져 77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천황산은 참사가 난 화왕산과 마찬가지로 정상부에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고 한쪽이 절벽으로 돼 있다.

이런 산의 정상은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고 세기도 강해 불이 나면 불티가 날아다니며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천황산 고원은 억새가 사람 키 높이로 자랐고, 바싹 말라있다. 인파는 억새숲 속 좁은 통로를 통해 오가고 있어 유사시 도피할 방도가 마땅찮다.

천황산 산불감시원 오준호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케이블카 운영 시간에 맞춰 산불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며 “소화기 등 화재 진압 장치는 따로 없고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헬기 구조 요청을 하라는 매뉴얼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왕산 사건에서 보듯 억새밭에 불이 붙으면 소방헬기가 도착하기 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천황산을 찾은 등산객 구영훈(53·남구 신정동)씨는 “케이블카를 타고 노약자들이 정상에 오르고 있는데,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자구책을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숲속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 눈에 띄니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천왕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좁고 한쪽은 낭떠러지여서 불이나면 피할 곳이 없어 참사가 빚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밀양 얼음골케이블카 사업자인 한국 화이바 측은 “산불 화재 발생과 관련해서는 밀양시 재난관리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화재 보험에 가입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는 모두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천황산 정상부는 바람이 거세 작은 불씨라도 크게 번질 수 있다”며 “잘 마른 불쏘시개와 같은 억새밭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구미현 기자 god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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