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피해 사건 빠른 대처 필요
아동성폭력 피해 사건 빠른 대처 필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0.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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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어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들로 피해자 인권과 범죄자 처벌 등에 한 동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요즘 들어 그런 분위기가 다소 식어버린 것 같아 우려스럽다.

아동 성폭력 사건은 신체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또래관계나 인격형성 등 전 생애에 걸쳐 깊은 상처와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긴다.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아동들은 낮은 자존감, 정서적 불안정, 충동적 행동, 파괴적인 행동 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동의 정서적 후유증 발생 위험성을 낮추고 치료 예후를 고려한다면 사건 이후 빠른 치료적 개입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당한 일을 숨기려한다. 때문에 이에 대비해 부모나 학교교사들이 평소에 아이들의 행동성향을 파악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평소와 달리 아이가 갑자기 말 수가 줄어들고 우울해 보이거나 주변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무언가 숨기려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갑자기 오줌을 지리는 등 퇴행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판단된다면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처가 너무 요란스럽거나 무분별 할 경우 아이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너무 놀라거나 과잉반응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막연히 아프고 좋지 않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 파악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모나 주위 어른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울며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면 큰일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겁을 먹거나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아닌가하고 더 걱정하게 된다.

아이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당황하지 말고 아이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해 주어 고맙다는 표현을 해 주고 이런 일이 생겼어도 여전히 가족들은 아이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

둘째로 아이를 야단치거나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속상한 나머지 “내가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랬잖아”, “왜 그런 행동을 해서 오해하게 만드니?” 등의 일방적인 나무람은 오히려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더 이상 사건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덮어두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하는 말을 축소해서 판단하거나 거짓말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지 말고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아이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셋째 신속히 지역의 전문기관을 찾아가야 한다. 성폭력을 당한 직후라면 겉으로 보기에 이상이 없어도 옷을 갈아입히거나 씻기지 말고 빠른 시간 안에 경찰 내 피해자심리전문요원(CARE)이나 여성·청소년계에 문의해야 한다. 또 지역의 해바라기 여성아동 센터, 성폭력 상담센터 등을 찾거나 전담 의료기관을 찾아가 신체적·심리적 외상이 없는지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증거를 채취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신고여부가 결정되기 전이더라도 72시간 내에 방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추후 아이가 불안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PTSD)와 같은 심리적 증상에 빠질 것에 대비해 부모나 교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다.

성폭력 사건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남에게만 일어나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 자신의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가변적 범죄다. 그래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 눈높이에 맞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성범죄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릴 지 모른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족과 당사자인 아동에게는 평생에 걸쳐 잊지 못할 상처로 남는다. 때문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길은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성범죄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큰 범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련제도를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범죄에 대한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다. 돌이켜 보건대 작금의 아동·여성 성범죄가 만연하게 된 것도 사실 우리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김보경 울산경찰청 피해자심리전문요원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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