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본 다문화 가정 전통혼례
문화원에서 본 다문화 가정 전통혼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10.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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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과학, 문화, 제조업 분야 등에서 인재와 상품을 세계로 내 보내고 있으니 그런 셈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외국인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학의 학술 분야나 특수기술 분야 등에서만 외국인의 활동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어 교육을 위한 원어민 교육자는 물론이고, 대학에 유학 온 외국인 대학생들과 산업 인력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근래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130만명을 넘어섰다. 울산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의 자녀수가 3천200명이나 된다. 이 자녀들은 현재 언어 및 문화적 갈등, 사회적 편견, 사회문화적 고립, 정체성 혼란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울산 지역 전체 다문화가정 자녀들 가운데 초·중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15% 정도다. 나머지는 미취학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울산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011년 기준 1만8천500명 정도이다. 이 중에는 방문 취업자, 고용허가제 대상근로자가 각각 5천명 정도이고, 결혼이민자는 2천300여명 정도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울산시에서도 다양한 계획을 세워 다문화가정을 돕고 있다.

이들을 위해 취업지원사업도 하고, 한국어 교육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공부방 운영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족교육도 각 지자체에 구성된 다문화지원센타에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문화가족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자원봉사 단체들이 다양한 사업들을 연중 끊임없이 운영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행사 가운데 하나로 문화원 마당에서 거행되는 전통혼례의 한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민과 결혼하기 위해 입국한 뒤 결혼하기 까지 제대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가 적지 않다. 이 부부들 중에서 본인이 원하면 초청해서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문화원이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5년 전에 시작된 이 행사는 당초 두 세 쌍의 부부가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에서 출발했지만 행사 과정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해당 다문화가정은 물론이고, 이 행사를 지원하는 많은 자원봉사 단체에게도 흐뭇한 한마당 잔치가 되고 있다.

이 행사는 결혼식 절차부터 다문화 가정을 배려하는 순서로 돼 있다. 결혼식 행사에 참석해 전통혼례식을 거행하기로 결심한 다문화가정 부부는 우선 신부의 친정 부모에게 인사부터 올린다. 이국땅에서 행하는 결혼식이기에 참석하기 어려운 친정부모를 대신할 양부모를 주최 측에서 알선해 혈연관계를 맺어준다.

양부모는 양딸이 생기는 즐거움과 함께 딸의 배우자인 사위와의 상견례를 위해 결혼식을 하기 전 결혼을 축하하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한다. 결혼식 당일에는 전통 풍습대로 하객을 위해 마당에 차일을 치고 손님맞이를 한다. 잔치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자원봉사단체에서 마당에 풍선 장식을 하고, 노인들로 구성된 농악대가 잔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마당 밟기 농악을 한판 구성지게 펼친다.

이어서 향교에서 지원한 전통혼례를 거행한다. 예법대로 잔치가 끝나면 폐백과정이 이어지고 하객들을 위해 정성들여 마련한 잔치국수와 과일, 부침개, 잡채 등을 정답게 나눠 먹으며 덕담을 나눈다. 잔치에 참석한 친인척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웃음꽃을 피우면서 결혼식 행사가 마무리 되고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떠난다.

연말에는 이 행사를 주최한 자원봉사단체와 역대 혼례에 참석한 부부들이 모두 모여 그동안 이국땅에서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한 해 생활을 화제로 삼아 서로 담소하면서 격려하는 자리를 갖기도 한다.

문화원이 마련하는 이런 전통혼례 행사는 한 자원봉사단체의 평범한 행사 중 하나지만 낯설은 이국땅에 시집와서 정착하는 신부에게는 많은 정신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행복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다문화가정은 물론이고, 그들 자녀에게 많은 애정을 보내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이 다문화가정은 더이상 이방인이거나 ‘남’이 아니다. 우리의 가정이고 우리 국민의 일원이다.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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