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은 왜 만들었는가?
노동법은 왜 만들었는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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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울산지청장의 ‘노동법 이야기’ < 노동법의 의의① >
울산은 ‘노동운동의 메카’, ‘산업수도’ 등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된다. 장시간 근로, 사내하도급 문제 등 각종 사회적 현안이 울산을 중심으로 거론된다. 지역에서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이지만 정작, 장시간근로는 왜 고쳐야 하는지, 노동법은 누구를 보호하는지… 제대로된 지침서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본보는 이에 따라 최성준 울산고용노동지청장의 ‘알쏭달쏭 노동법 이야기’를 모두 10회에 걸쳐 게재한다. 최 지청장은 30여년간 대구, 포항 등지서 근로감독 업무를 맡은 실무분야 권위자다. 그는 근로기준법 현장실무, 노동법실무해설-집단적노동관계법 등 4권의 저서를 펴냈다.

근로감독관들은 곧잘 회사 측으로부터 아무리 노동법이 있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인데 일방적으로 근로자편만 들어서 되느냐는 불평을 듣는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로부터도 노동법이 있는데 왜 화끈하게 도와주지 않느냐는 불만도 듣는다. 이런 일들은 노동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노동법의 원리는 무엇인가?

고대는 물론 중세사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노동은 노예들만이 했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열리면서 노예가 아닌 일반인이 다른 사람 아래에서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있었고, 그와 함께 현대적 의미의 노동(근로)의 개념이 생겼다.

이렇게 하여 자본을 가진 사용자와 일손을 가진 근로자의 결합관계로 근로관계가 생겨났는데, 하지만 이러한 근로관계도 처음에는 시민법의 원리인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근로자가 일손을 제공하면서 받게 되는 여러 근로조건들 즉 임금, 근로시간, 휴일·휴가, 정년, 안전보건상의 보호조치 등이 순전히 당사자인 사용자(자본가)와 근로자의 자유의사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근로관계에서 겉치레적인 평등은 이루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엄청난 불평등을 만들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사회적, 경제적 힘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사용자가 내미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늘 삶이 쪼들리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근로관계에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크게 뜯어 고쳐 어느 수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근로감독관이 이를 감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이 세상에 구체적인 근로조건들을 정한 노동법이 태어났는데, 이처럼 정부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별적 근로관계에 끼어들어 근로조건을 정하고 강제로 지키도록 하는 법을 노동법 중에서 개별적근로관계법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 모법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리하여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휴일·휴가, 퇴직금, 최저임금, 남녀고용평등, 산재환자의 보상 등에 관하여 개별적 근로관계법으로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일하는 작업 형태와 각 기업의 사정은 천차만별이어서 개별적근로관계법만으로는 모든 근로자를 적절하게 보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이루어 그 힘으로 근로조건을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도 만들었는데 이를 집단적노동관계법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법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다. 이렇게 하여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과거 경제적 사회적 강자였던 사용자가 근로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하였던 때가 있듯이 이제는 거대하고 강성한 노동조합이 강자가 되어 사용자를 압도하는 일이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에 사용자가 강자라고 하더라도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을 어길 수 없었듯이 거대한 노동조합이 탄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질서 또는 사용자의 재산권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는 없다.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명시된 대로 성실한 근로를 제공해야 하고,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사규)에 정해진 질서에 따라야 하며, 노동조합활동에 있어서도 법이나 단체협약이 정한 내용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고, 해고 되고, 형사적 처벌을 받으며, 민사상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에서 노동법이 정한 내용에 따라 양측을 공정하게 판단하여 법이 정한 바대로 처리할 뿐이다. 그 이상으로 어느 한 쪽을 편들게 되면 그 자체로 위법하고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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