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치밀한 경찰이 필요하다
조용하고 치밀한 경찰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0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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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경찰청장이 엊그제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성폭력·강력범죄에 대해 총력 대응책을 내놨다. 아동 성폭력 등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묻지 마’ 식 칼부림 등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다음달 3일까지 한 달간 방범 비상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성폭력 전담부서를 신설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강력범죄를 다루는 부서에 성폭력 전담반이 따로 편성돼 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성범죄를 다루는 팀은 경찰서장이나 지역 검사의 직접 지시를 받는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높은 형량이 적용되는데다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 전담부서가 신설되면 성범죄뿐만 아니라 전과자 관리, 음란물 제작·배포까지 담당할 수 있다.

앞으로 한 달간 방범비상령을 내린 것도 적절한 조치다. 9월말에서 10월 초에 걸쳐 있는 추석에 강력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살인·성폭력사건을 기화로 경찰전반의 기강을 확립할 필요도 있다. 이리저리 상황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경찰 수뇌부가 일률적으로 지휘·감독·관리하는 게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을 시행하기에 앞서 유의해야 할 일도 없지 않다. 경찰청장이 종합대책을 발표하자마자 경찰 일선에서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 전담팀, 주폭 전담팀에다 이번에는 성폭력 전담팀까지 신설될 예정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서를 신설하는 것 못지않게 인력배치 효율성이 중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행정·정보·경비인력을 치안현장에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강력사건 예방을 위해 2년 만에 부활되는 불심검문을 두고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하다간 강력사건 예방보다 인권문제에 경찰 발목이 잡혀 곤욕을 치를 개연성도 있다. 경찰이 과도한 불심검문을 행해 국민여론이 악화되면 정작 필요한 범죄예방 검문은 시작단계에서 좌절된다.

최근 이어진 성폭행·강력사건 때문에 경찰이 능력시험대에 올려 진 상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개인 인권과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제 할 몫을 다하는 경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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