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파묻혀 사는데 일 없으면 어찌할까?
일에 파묻혀 사는데 일 없으면 어찌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5.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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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순자 장학사
▲ 울산시 교육청 식당에서 활짝 웃는 김순자 장학사.
면담을 받아들이지 않아 약속도 하지 않은 채 급습하기로 마음먹고 점심시간 10분전에 전화를 걸었다. 교육청 식당에서 점심을 사달라고 했다. “점심 약속은 얼마든지 받아줍니다”라는 상냥한 대답. 그러고서 길을 잘못 들어 20분이나 늦고 말았다. 불쾌한 표정 없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듣던 대로 사무실에서 일에 파묻혀 있었다.

김 장학사는 교육계에 들어선지 32년째이다. 다른 학년에 비해 수업시간이 많고, 수업준비도 조금은 더 해야 하는 6학년을 12년 연속 맡아보기도 했다. 남들은 꺼려하는데 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6학년은 말이 통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어서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한다. 그러나 본마음은 자신의 책임감이 충족되기 때문이었다. 이 책임감은 초임 발령지 통영의 사량도(뱀이 많은 섬) 돈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첫해에는 1학년을 맡았는데 도서벽지 학교의 여건상 학생들의 문자해득부터 학교공부의 발전 속도가 나타나지 않아서 무척 애가 탔었다. 그래도 참고 다음해에는 3학년을 맡았는데 김 교사의 성에 차지 않았다. 이때 ‘자신이 무능하여 이런 일이 생기는가’ 자책감에 빠져 사직할 마음까지 생겼는데 울산과 무슨 인연이 있었던지 울산으로 전근을 하고 바로 6학년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하여간 아이들과 생활하기가 재미있어 행복감을 느낀다니 천상 교육자이다.

김 장학사는 2002년 ‘올해의 스승 상’, 전국에서 15명이 선정되어 받는 훌륭한 선생님 상을 받았다. 중앙의 모 일간지와 교육부가 공동 주관하여 선생님을 격려하는 교단 최고의 상이다. 상을 받게 된 내역은, 첫째가 6학년 한반의 제자들 8명이 4쌍을 이루어 결혼한 일이다. 지금은 40대의 중년이 되었으며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한 화진초등학교 6학년 제자들이다. 처녀 때, 6학년 학생들과 무척 즐겁게 보냈다. 학생들도 수시로 김 교사 집에 놀러오고, 김 교사 집에 모여 공부도 하고, 중학교에 가서도, 고등학교에 가서도 김 교사와 계속 연락이 되어 자주 만나다가 그 중에 8명이 결혼하게 된 4쌍이다.

두 번째 이유는 초등학교 수학 경시대회에서 울산이 10년 연속 석권하도록 힘쓴 일이다.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으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하여서도 이런 실적을 내었을까 알만하다. 그래서 “체벌을 했습니까?” 했더니, 금방 “예, 했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대답한다.

셋째 이유는 울산지역 교과서(사회과, 우리들은 1학년)에 김 교사의 삽화가 많이 게재된 점이다. 전문가 수준의 작업이다. 넷째는 대현초등학교에서 ‘순 악질여사’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학생들의 급식지도를 철저히 한 점이다. 점심시간 뒤의 잔반이 다섯 개의 큰 통에서 한 움큼이 못될 정도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을 만큼만 받아, 남기지 않고 먹게 지도한 결과이다. 오죽했으면 개 사육장 주인이 잔반을 모아 개의 먹이로 주었는데 그 양이 너무 줄어들어 급식 담당자에게 항의까지 했을까? 환경교육을 철저히 한 것이다. 식사지도가 얼마나 철저했으면 이때 얻은 별명이 ‘순 악질여사’로 학생들이 무서워했을까 짐작이 간다.

김 교사가 근무했던 여러 학교에서는 일을 찾아다니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그 만큼 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교사들도 안타까워 거들어줄 정도다. “김 장학사 같은 분이 있어서 우리 교육이 이만큼 유지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의 인사말이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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