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李不言
桃李不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9.02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리불언:아름다운 꽃과 맛좋은 열매의 나무는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길이 나게 마련이다
이는 ‘아름다운 꽃과 맛좋은 열매의 나무는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길이 나게 마련이다’란 뜻으로 후한 때 반고(班固)가 지은 후한서(後漢書) 이광전(李廣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한나라 때 이광(李廣)이란 장군은 기계가 출중하고 무예가 뛰어나 한문제 때 등용됐다. 북방 흉노와 전쟁에 참전해 7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 수많은 승리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흉노에서조차 그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 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는 말주변이 없고 아부를 모르는 강직함 때문에 수많은 전공에도 불구하고 조정에 중용되지 못한채 전선에서 한평생을 보냈다.

한번은 흉노에서 병력을 대거 동원해 국경을 침범해 오자 조정에서는 위청(衛靑)을 대장군으로 해 이에 맞서게 했는데 위청은 처음부터 이광의 전공을 시기해 그를 핍박했다.

한번은 흉노의 본진을 공격하면서 이광의 부대가 길을 잘못 들어 적진 속을 헤매다 늦게 본진에 합류하게 돼 위청이 이광에게 그 책임을 물어 죄를 주려하자 그는 분에 못 이겨 그 자리에서 자신의 배를 가르고 자결하고 만다.

이를 두고 반고는 그의 역사서에 “그가 죽었을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슬퍼했다는 것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탁상공론이나 아부를 일삼는 사대부들에 비해 얼마나 고상한 인품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그 아름다운 꽃과 맛좋은 열매 때문에 굳이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나무 밑에는 길이 생기게 된다(桃李不言 自成蹊)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다”라고 기술했다. ‘도리불언(桃李不言)’은 여기서 유래한 말로 이는 목적을 위해 쓸데없는 허장성세를 부리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정치적 이상을 달리하던 인사들을 방문해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 대통합이란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문제는 그가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대통령 후보라는 신분 때문에 일부에선 일시적인 제스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있어 그 시작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순수한 노력의 과정이 보여질 때 더 크고 분명한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