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참된 의미
봉사의 참된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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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힐링(healing)이다. 치료 혹은 치유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이 단어는 그 동안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인생 최고의 모토인 것처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마음의 상처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유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물질이 주는 풍요만으로 완벽해 질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잘 반영한 용어인 셈이다.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물질이 주는 한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게 됐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마음이 전달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 정신적 행위를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물질처럼 맞교환 할 수 없는 정신적 가치 가운데 하나가 봉사이다.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지구 곳곳엔 굶어 죽어 가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하면서 다급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봉사가 우리 인간의 이타적인 본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간 본성 밑바닥에 그런 심성이 깔려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각종 봉사활동 단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순수하게 봉사를 하기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봉사단체를 비롯해 직장 내 봉사 동아리 등은 봉사활동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사회조직들이 연례행사처럼 봉사활동을 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제 봉사 활동은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을 정도로 흔한 말이 되어 버렸다.

거창한 목적을 가진 봉사활동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머물렀던 자리의 휴지를 줍는 일에서부터 은행에 비치된 불우이웃 돕기 성금함에 기꺼이 동전을 넣는 행위까지 우리 마음의 부스러기를 정리하는 행위가 바로 봉사정신의 시작이다. 그 행위 자체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봉사활동의 단면이다. 언젠가부터 봉사는 그 의미를 달리 하기 시작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을 도우면 자신의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말을 자주 듣고 배워왔다.

동 주민센터에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봉사활동시간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해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에게 봉사는 시간으로 거래되는 교환 가치인 것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모든 걸 시험에 맞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봉사의 참된 의미를 갖도록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봉사를 교환 가치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바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테레사 수녀처럼 이타적인 삶을 살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는 봉사행위를 ‘먹고 살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잉여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작금의 봉사란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변을 정화시키고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담는 일이 바로 봉사의 기초인 것이다. 물론 제도적인 뒷받침까지 더해진다면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봉사란 결코 거창한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채우기에만 급급한 우리의 삶에서 비우고 나누는 행위야 말로 비대해져만 가는 자신의 삶을 치유하는 진정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김영호 중구 우정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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