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유통 최대 격전지’ 변모
울산지역 ‘유통 최대 격전지’ 변모
  • 하주화 기자
  • 승인 2007.12.10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개 대형유통 업체 과포화 상태에 계속 진입
농협 4개점 순차적 오픈·복합엔터테인먼트 입성
내년 홈플러스 동구점 신호탄 업계 매출 초긴장

울산지역이 2~3년 내 ‘유통 최대 격전지’ 로 변모할 태세다. 대형유통업체가 내년에도 출점을 지속하는 한편, 남아있는 ‘아랫목’을 찾는 부지 물색 눈치작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내년부터 홈플러스의 동구 신고식, 몸집을 키운 농협하나로 마트 4개점의 순차적 오픈, 지역 최초 복합엔터테인먼트몰의 입성 등으로 ‘울산 대첩’은 전초전을 시작한다.

여기에 경쟁적 부지 탐색전을 지속하고 있는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이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몇몇 부지가 늦어도 2~3년 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또한 그룹 총수, 명예회장 등이 이미 매입했거나 지목한 부지가 마트 형태로 ‘머리’를 올릴지 여부도 같은 기간 내 결정 날 것으로 보여 대형유통은 사활을 건 혈전을 앞두게 됐다.

이같은 공룡업체의 유통 헤게모니 장악에 따라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재래시장과 소형유통업체, 제조납품업체 사이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타격이 심각하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울산 대형유통업체 과포화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형유통업체들은 영토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울산지역에는 롯데마트 울산·진장점, 이마트 울산·학성점, 홈플러스 울산·남구점, 홈에버 울산점, 메가마트 울산·언양점, 세이브존 울산점 등에, 뉴코아아울렛 울산·성남점 등 아울렛 2개점과 롯데백화점 울산점,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 등 백화점 3개점을 포함하면 15개 대형유통업체가 운영중이다.

인구비율과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 등을 토대로 볼 때 인구 15만명당 대형유통점 1곳이 적정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한다면 인구 110만의 울산은 이미 ‘과포화 상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업도시라는 울산지역 특수성을 감안할 때 지방 전체를 고려한 ‘적정치’는 크게 의미가 없다”며 “소비의 규모가 살아있는 울산지역에는 입점이 확정된곳 외에도 2~3개의 대형유통은 더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 브레이크 없는 영토 확장

‘전국구’ 유통업체의 울산진출은 브레이크는 없다.

2008년 9월이면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무풍지대’인 동구를 접수한다. ‘홈플러스 동구점’은 일산동 57-14 일원 7천911㎡ 부지에 지하3층 지상8층의 규모로 문을 열 계획이다.

이와함께 농협이 2008년부터 오는 2009년 6월경까지 총 4개점의 대형 하나로 마트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농협은 중앙회 차원에서 울산최초로 북구 진장동 농산물유통센터 1층과 남구 신정동 울주군청사 인근에 4월과 6월 각각 하나로 마트를 개점한다. 판매장 규모만 각각 4천300·1천980㎡에 이른다.

여기에 지역농협이 가세해, 농소농협이 내년 1~2월 북구 신천지점 일대에 판매 면적만 1천980㎡규모의 마트 착공에 들어가며, 원예농협도 울주군 범서읍 6천565㎡에 이르는 판매장을 갖춘 대형점포 건설을 위해 같은 기간 첫삽을 뜬다.

1~1년6개월 정도의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2009년 상반기 오픈계획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는 28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들 4개 점포는 현재 가장 큰 규모인 중앙농협 태화하나로 마트 1천487㎡의 판매 면적보다 몸집을 크게 불린 대형점포다.

여기에 2009년 하반기 울산지역 최초로 건설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몰도 남구 백화점 상권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 건물은 지역 중심상권 삼산동 1569-1번지 일대에 지하6층 지상10층 연면적 6만2천592㎡규모로 세워진다.

현재 멀티플렉스영화관 백화점 서점 커피전문점 푸트코드 문화공연시설 등 일반적 엔터테인먼트몰에 입점하는 ‘감초’ 시설의 구성 여부와 1군 시공사 선정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영화관과 외관 설계에 관련한 작업을 마친 즉시 허가 절차를 받고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부지탐색전 치열, 일부지역 ‘눈독’

울산지역을 향한 대형유통의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남구 무거동 내 일부 부지에 대해 지난 9월 확인작업을 거쳐 현재 사업성을 검토중이다. 해당 땅은 중심상권이 아닌 외곽지역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가 신복로터리 인근에 들어선 (주)KCC의 주상복합 지하에 출점을 시도했으나 입점 가격 협상 결렬로 실패했던 점을 고려할 때 무거동 입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지난 2005년 동구 남목동의 일부 부지확인 차 울산을 방문했었으며,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도혁신도시 특수가 예상되는 중구지역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들 부지가 롯데마트와 이마트로 각각 ‘변신’하게 될 경우 늦어도 2~3년안에 검토를 끝내고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농협도 중구 병영, 울주군 온양 등에 대한 출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역 재래시장의 영원한 ‘천적’

대형유통이라는 신업태는 소비자 안정된 물가와 편리한 쇼핑을 제공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하는 재래시장은 입장이 다르다.

당장 내년에 홈플러스 동구점 오픈을 앞두고 인근 월봉시장과 대송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암 병영 등 대부분의 시장처럼 ‘대형마트 입점은 토종시장 붕괴’ 라는 공식을 직접 체험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홈플러스 입점을 거세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이를 막을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이탈하는 일부 상인들까지 나타나자 결국 ‘적과의 동침’을 결심하게 됐던 것.

월봉시장 진흥조합 도가매 이사장(59·월봉 커텐 점주)은 “홈플러스는 상인들과 합의하는 조건으로 월봉 대송 동울산 남목 동부 등 인근 시장에 4억8천만원의 재래시장 발전기금을 내놓았다”며 “이를 이용해 시장별로 아케이드 공사, 환경개선사업 등을 진행했으며, 월봉시장은 지난 7월 2차 아케이드를 준공한 결과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도 이사장은 그러나 “상권 활성화 공기 속에서도 아직 소비가 그만큼 따라주지는 않고 있어 홈플러스가 입점하는 내년 하반기가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 동네슈퍼, 골목상권까지 빼앗겨

대형마트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중소유통업체들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

남구 삼산동 울산역 인접 아파트 단지내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4년전 인근에 대형마트가 오픈하면서 매출이 30%이상 하락했다.

최근 해당 마트가 ‘가격혁명’을 내걸고 저가의 PL(자체브랜드) 제품을 확대하자 매출은 다시 2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여기다 단지 주민들이 마트 쇼핑카트기를 이용해 아파트 주차장까지 물품을 이동시키는 통에 골목 상권도 잃은 지 오래다.

A씨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며 “한밤중이거나 당장 급할 때 등 예외적인 경우에 그것도 식료품에 한해 동네슈퍼를 찾는 것이 고작”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소형 슈퍼들은 상가임대료, 대형마트보다 높은 납품가와 적은 마진, 2배 이상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감당하며 경쟁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제조납품업체의 ‘제로섬’ 게임

대형유통업체의 제조납품업체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식’이라며 대형유통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대형유통의 출혈과당경쟁이 더욱 심화되면 자본력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며 결국 제조납품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76%가 불공정 행위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문철홍 과장은 “최근 치열한 PB(자체 브랜드)제품 경쟁체제에 돌입한 대형유통은 제조원가 또는 그 이하의 납품가격을 요구하기 일쑤”라며 “지역 소형제조업체들의 경우 당장의 손해를 입더라도 대형업체와의 거래를 통한 이미지 제고라는 장기적 효과를 위해 이같은 제로섬 게임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 지역상권과 상생의 길 열여야

소비자 입장에선 이러한 ‘무한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제한된 시장에서 ‘공룡 유통업체’들의 난립은 풀뿌리 상권의 몰락을 불러오고 있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에 지역 상권의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의 입점과 영업시간 등을 조례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과는 요원한 과제로 남아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형소매점과 지역 중소유통업체간의 양극화는 경제사회적 불안요인이지만 법적 하자가 없는 가운데 무조건 입점을 규제할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털어놨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지난 10월 대형마트 개설시에 재래시장 및 중소상인 등 그 지역 사회 및 경제에의 영향을 의무적으로 평가하도록 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서면으로 약정할 것을 규정하는 유통상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신세계 롯데쇼핑 삼성테스코 등 재벌기업이 대형유통 사업에 진출한 결과 중소유통업계는 지난 2000년 이후 4년 동안 4만여 사업체가 감소했다”며 “업태별 성장과 고용시장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적 전략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주화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