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창(?)과 투명방패
죽창(?)과 투명방패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2.08.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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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현대차 울산공장 1공장에서 사내하청 노조와 회사 관리자들 간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생산시설을 점거하기 위해 공장진입을 시도하는 사내하청 노조원 400여명을 회사관리자들이 방패로 막고 있는 급박한 상황. 이들의 대치상황은 밤 9시께부터 새벽 4시까지 지속됐다.

하청노조원들은 만장기를 매단 대나무 깃대를 관리자들에게 휘두르며 1공장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맞서 관리자 500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하청노조원들의 공장진입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후 밀고, 당기고, 휘두르며 공장점거를 하려는 하청 노조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관리자들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됐고, 부상자들이 속속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날 깃대에 맞아 머리와 얼굴, 팔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관리자 10여명이 시티병원 등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입원했다. 노조원들도 사측이 동원한 투명방패와 소화기 등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사측은 “만장기를 떼어낸 대나무 깃대가 죽창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노조와의 교섭에서 사내하청 6천800명 가운데 3천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수정 제시안을 낸 바 있다.

그러나 하청 노조는 자신들의 ‘전원 정규직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반발, 이처럼 공장점거 기도에 나선 것이다.

이날 밤의 폭력사태는 정규직 노조의 개입으로 새벽녘에 가까스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하청 노조가 지속적인 투쟁을 선언하고 있어 이 같은 폭력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해고자를 중심으로 하청노조 조합원들은 수백개의 만장깃발을 들고 다니며 집회와 시위를 벌여왔다.

만장깃발 제작에는 ‘유사시 투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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