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드러낸 입학사정관제
허점 드러낸 입학사정관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9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지방의 한 도시에서 지적 장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에 연루돼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올해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출신고교에서 이 학생을 ‘봉사왕’으로 추천서를 써 줘 리더십 전형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게 된 과정은 더 해괴하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유포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다.

고등학교에서 보낸 추천서, 학생의 자기소개서, 면접에만 의존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리더십 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대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거나 반장·부반장 또는 학생회 간부로 활동한 학생들이다. 그러다보니 리더십 전형 추천서가 부풀려 질 가능성이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에 있었던 성적위주의 획일적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적성, 소질, 인성 및 사회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학생을 뽑는 제도다. 요즘같이 다양화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에는 제격인 선발방식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서류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제출된 서류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없는 사실도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부풀려 추천서를 써 보내면 대학에선 엉터리로 학생을 고를 수밖에 없다. 특별히 기재할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추천서를 써 보내고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니 성폭행 전력자가 버젓이 ‘봉사왕’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의 원조랄 수 있는 미국에서는 자기 소개서와 더불어 교사의 추천서가 매우 중요한 전형요소다. 따라서 만일 거짓이나 과장된 추천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면 그 고교는 대학가에서 불신을 받게 되고 그 학교 학생들은 다음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그만큼 교사의 추천서 받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대학도 정확한 선발을 위해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우리처럼 원서 접수 후 한 두 달 만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연중 입학사정을 실시한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입학사정관들에게 강도 높은 전형교육을 시킨다. 제도 도입 5년차를 맞는 우리도 이런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