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구속이 의미하는 것
대기업 총수 구속이 의미하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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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그 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실형을 선고받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공식’을 완전히 깬 것이다. 판결을 선고한 담당 부장판사는 “실형 선고는 2009년 도입한 양형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경영 공백이나 경제발전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구속은 달라진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다. 김 회장 사건을 맡았던 부장판사는 46세다. 민주화 열기가 가득하던 시절 대학을 다녔고 인권과 사회정의가 강조되던 시절 사법부에 발을 들여 놓은 ‘민주화 세대’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모순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전의 것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추세는 비단 재벌총수 구속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서 그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단일화 됐던 진보당이 지금 분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창당 8개월여 만에 당이 와해 직전까지 몰리게 된 이유는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지층의 다수를 이루는 근로자들이 자유민주주의 테두리 안에서 개선과 개혁을 바라는 반면 상층부가 극단적인 정치이념으로 당을 끌고 가려했던 것이 작금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런 변화들은 최근 막을 내린 런던 올림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대치 않았던 종목에서 새로운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와 국위를 선양했다. 올림픽 이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의 기득권을 제치고 ‘샛별’들이 당당히 자신들의 기량을 증명해 보였다. 이들에겐 외압이나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정당하게 행동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기득권의 시각이다. 이런 시대흐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거나 우연으로 보는 게 문제다. 그런 개인이나 집단은 도태·멸실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착시 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여전하다. 토착세력들이 사회·문화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채 좀체 물러서려 하질 않는다. 기업과 권력도 시대착오적인 유착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다못해 지자체에 구성돼 있는 각종 위원회도 그 인물이 그 인물이다. 학연·지연을 통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그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무너지게 된다. 한화 김승연 회장 구속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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