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주권은 엄중하고 신성하다
영토주권은 엄중하고 신성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8.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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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지만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아쉬움과 서러움으로 집착하는 ‘인디언 섬머’라고 하기에는 무더위가 지나치다. 당분간은 일본이 독도에 집착하는 만큼이나 끈질기게 계속될 모양이다. 그래도 언젠가 더위는 끝날 것이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독도는 경상북도 을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96번지 일대, 동경 131도 52, 북위 37도 14에 위치해 있다. 동도와 서도를 포함해 약 18만7천554㎡ 면적의 바위섬이며, 천년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국토의 막내이다. 우리는 이 예쁘고 애처러운 막내를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이후 유구한 역사속에 보듬어 왔다. 그후 독도는 신성한 영토주권의 범위를 이탈한 적이 없고 헌법이 품은 대한민국 영토다. 역사적인 기록이나 흔적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지극히 명징한 사실 앞에 구차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를 앞 둔 지난 10일 건국 이후 최초로 이 막내둥이를 방문했다. 이성이 탐욕의 제물이 돼 침략과 야만이 횡행하던 제국주의 시대인 1905년, 못된 제국주의의 본을 뜬 일본이 러일전쟁을 일으키며 우리의 동해 주변지역을 강점했다. 그리고 독도를 주인없는 섬이라며 은근슬쩍 자기네 영토에 편입시켰다. 그 후 일제가 패망한 뒤 당연히 우리 영토가 됐지만 국내외적으로 잊을 만하면 망언을 흘리며 쉼 없는 도발과 분쟁지역화를 꾀해 왔다.

늦은 감이 오히려 없지 않지만 이 대통령의 이번 독도방문은 잘 한 일이다. 제 땅을 제가 둘러보는 데 다른 잡소리는 필요 없다.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라는 용어 대신 ‘영토주권 행사’란 용어를 쓰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다만 일부 언론을 통해 대통령 방문 하루 전 일본에 사실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일부에서 국제정치적 이론과 외교적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36년 동안 유린당한 우리의 주권을 되찾은 뜻 깊은 8·15광복절에 맞춰 국가 원수가 독도를 방문한 것은 국내외의 시비의 대상을 넘어선다. 영토주권은 엄중하고 신성한 것이다.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우리 현대사와 외교의 장에 기록되어 우리시대의 한 역사가 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독도방문은 일본에게 예기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노다 내각은 즉각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문제를 제소하고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한·일 통화스와프 재고, 유네스코 독도 세계지질공원 추진반대 등 종전에 단순 반복했던 외교적 주장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 카드를 뽑아들고 나왔다. 아예 분쟁영토관리 공식기구를 설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의 이런 반응은 이미 러시아, 중국과 벌이는 도서분쟁에까지 미칠 파장을 고려한 예상된 반응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와는 북방 4개 도서에 대해, 중국과는 댜오위다이 영유권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을 포기하거나 양보하면 다른 곳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집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내부의 우익세력에 대해 일종의 러브콜을 보냄으로서 최악의 상황에 달한 지지율을 만회해 보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이런 움직임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어느 나라건 영토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전례가 있다. 순수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유독 많은 아시아지역의 도서다툼 같은 영토분쟁의 이면에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적인 앙금이 아픈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늘 상처를 입힌 쪽이 반성은커녕 외려 몽둥이를 들고 설치니 참기 어려운 것이다. 못된 버릇은 참 오래도 간다. 더하여 비록 암초에 불과한 게딱지만한 섬일지라도 첨예한 다툼 거리가 되는 것은 해양에서의 영토는 주변으로 연장되는 해양지역에 대한 배타적 지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영유권 분쟁은 날로 중요성을 더해가는 해양자원개발 등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이 주변 군도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울산은 동해의 중심도시이자 전진기지이며 미래발전의 핵이다. 동해안의 맏형이기도 하다. 중심이 주변을, 핵이 가지를, 맏형이 막내를 소홀이 해서는 안 된다. 울산은 국토의 동해 관문이며 서·남해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동해의 섬들이 그리워하는 ‘외사랑’의 대상이다. 그래서 남다른 독도사랑이어야 한다고 대통령 독도 방문에 덧붙여 단상을 펼친다. -외로운 막내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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